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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Sep 24. 2022

안녕 사랑

봄, 사랑의 계절



사랑이란 건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다. 세상은 사랑으로 흘러가고 세상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을 빼고 어떻게 세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단어는 하나지만 들여다보면 각자 다른 색깔과 느낌을 가지고 있다. 두근두근 거리는 것도, 벅차오르는 것도, 실 없이 웃음만 나오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것도 사랑이다. 다양한 모습의 사랑을 어떻게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면 아주 흔하디 흔한 사랑이야기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은 타인은 모르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특별해진다. 그 과정에서 이미 둘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사람은 또 다른 유일한 사람을 만나 다른 색깔과 소리를 만들어 내기에 어떤 사랑과 연애도 같을 수가 없고, 지나온 사랑도 새로운 사랑도 모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전혀 모르던 서로가 만나 만들어진 이야기는 서로에게 무엇보다 대단한 이야기가 되고, 서로를 가장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든다.



그럼에도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시작된 사랑이 계속 아름답게만 갈지, 누구보다 아프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끝이 두려워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만큼 바보가 어디 있을까. 사랑해야 한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해야 한다. 앞으로는 상처받지 않을 것처럼.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는 눈을 높이고, 연애가 시작되면 눈을 낮추면서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 그렇게 사랑해야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두려워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너를 만났다.



너와 함께 하는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막 물을 채워놓은 논의 모습도,

참새의 짹짹거림도,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까지도,

모든 게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순간순간이 너무나 눈이 부셔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했고,

살아가는 이 순간을 네가 함께 해준다는

사실 하나로 위로받았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그 속에서 헤매는 날도 참 많았다. 그렇게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한 없이 헤맸다. 그럼에도 내가 안전했던 이유는 너와 함께여서였다. 나의 뒤에는 항상 네가 있었다. 흔들리며 비틀비틀 걸어가는 나의 뒤를 항상 반걸음 뒤에서 바라봐 주었다. 내가 흔들리다 못해 넘어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와서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무릎에 묻은 흙은 털어주었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어주며 너는 말했다.



"내가 지켜줄 거니까, 괜찮아"



걱정이 많았던 네가 나를 일으켜주는 시간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혼자 일어나는 법을 배웠다. 비로소 넘어지지 않고 걸어갈 수 있게 되었을 때, 너의 손을 꼭 잡고는 주위도 둘러보며, 맛있는 것도 챙겨 먹으면서, 너와 함께하는 계절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다. 너는 나의 따뜻한 봄이었고, 즐거운 여름이었으며, 평온한 가을이었으며, 깨끗한 겨울이었다.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었고, 너와 함께하는 모든 계절을 사랑하게 되었다.



너와 함께 보는 계절이 너무 예뻐서 이대로 세상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마법처럼 너와 함께 있던 순간이 멈춰버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벚꽃이 내리는 계절의 공원에서 네가 벚꽃을 올려다보는 걸 바라봤던 순간은 세상이 너무나 천천히 흘러가서 움직이는지도 모를 만큼 내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이 너무나 예뻐서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웃는 나를 보며 너는 고개를 숙여 나의 귓가에 '나와 함께해줘서 고마워요'라 속삭였다.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사했다.


     

사소한 것들조차 예뻐지는 날도 있고, 엄청난 걱정들조차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는 날도 있다. 사랑한다는 속삭임은 내게 위로가 되고, 고맙다는 따뜻함은 내게 온기를 나눠준다. 네가 나에게 준 설렘으로 온 세상이 예쁘게 물들어버렸다.



::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순간이 많아.     


아무것도 아닌 날도 빛나게 만들어주고,      


아무것도 아닐 날들도 변화하도록 만들어 주니까.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봄 : 사랑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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