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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03. 2022

통제할 수 있는 게 전혀없는 회사라는 곳

회사는 원래 통제할 수 없는 곳인 걸 몰랐어?






매미가 무섭게 운다. 33도의 열기는 사람을 녹일 듯이 매서운데 하늘은 감동할 만큼 예쁘다.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대비된 그림 한 폭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사이동이 있었다. 인사이동 대상자가 내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했던 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전혀없는 회사가 들썩이자 나 또한 그 파동에 여전히 휩쓸린다. 인사이동을 기다리는 3일 동안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것처럼 3일 동안 아팠다.



첫 번째 예상이 깨진 건 이동하지 않을 줄 알았던 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고,

두 번째 예상이 깨진 건 가기로 예정되어있던 팀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것이고,

세 번째 예상이 깨진 건 당장 그만둬야 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네 번째 예상이 깨진 건 나의 체력이 남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버텨요. 버티다 보면 결국 어느새 하고 있을 거예요"     



'버틴다'라.... 3년 동안 근무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버텨라'라는 말이었다. 버텨내야만 하는 삶이 또 흘러간다. 다들 '버텨라'라는 말을 하는 이상한 곳이다. 그리고 나도 이상한 조직의 이상한 직원으로서 이 조직에서의 하루를 버텨낸다.



33도의 열기는 아스팔트 바닥에 아지랑이를 만들어내고, 여기저기 나무에서는 매미가 나 여기 있다고 하염없이 울어댄다. 그래 너 거기 있는 거 알아. 하루가 흘러간다. 예상했던 것들이 모두 깨져간다. 내일 하루도 지금의 걱정이 또 모조리 깨지길 바라지만 삶의 어려움은 쉬움보다 강력하다. 그럼에도 춤을 출지 말지 결정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에 춤을 춰본다. 세상을 다 살아낸 미친년처럼.



버스에 올라 버스카드를 찍으니 띡 소리가 난다. 밖은 한증막처럼 뜨겁지만 버스 안의 공기는 시원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안도하고는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열기까지는 막을 방법이 없어서 에어컨 바람에 집중한다. 살아있고, 나아가고 있다. 나아가고 있는 과정 그 하나면 결국 바뀌게 되어있다.


  

아무리 이상한 하루를 버텨내고 있더라도 이 하루는 끝난다. 그리고 이상한 하루를 끝내는 걸 앞당기는 건 내 몫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주저앉는 게 아니라 춤을 추는 것뿐이고, 미친년처럼 춤을 추면서 돌고 돌아 이상한 하루를 끝내고 만다. 뒤꿈치에 물집이 두 개 생겼다. 맞지 앉는 곳에서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일을 하니 발끝이 저릿저릿하다. 주어진 삶이 언제쯤 쉬워질까.



그럼에도 어려운 하루를 살아내서 결국 쉬워지게 만들고야 말 거라는 걸 짐작한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겨내고 나면 쉬운 일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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