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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10. 2022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퇴근 후의 마음가짐




오늘을 버텨내느라 아등바등거렸던 순간과 알 수 없는 행동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던 부질없는 의미부여를 이쯤에서 그만둔다. 버텨냈던 순간들이 믿기지 않고 아득하다. 오늘 하루를 아주 잘 견뎌냈고, 오늘이 어떻게 흘러왔는지와는 별개로 오늘의 의무는 끝이 났다. 편안한 집에 도착해서 개운하게 샤워를 한다. 오늘 있었던 모든 감정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비워낸다.



아무 감정도 없는 아주 깨끗하고 개운한 상태로 아주 잠시 머무른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건 하루를 비워 내는 데는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턱을 괸다. '오늘이 끝이 났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린다. 빗소리 사이로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아주 얇은 미소가 남았다. 나에게 주어진 아주 짧은 평화로운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었다.



모두 비워내고 나면 새롭게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남는다. 의무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 선택을 채워 넣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나, 내가 듣고 싶었던 것 하나, 내가 짓고 싶었던 표정까지 모조리 나 그대로 채워 넣는다. 만들어서 보이기 위한 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나 자체로만 채워 넣는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책상 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하고, 내가 매일 쓰는 다이어리 3개가 놓여 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왔다. 그뿐이다. 행복해졌다. 마법의 주문을 하나 외운다.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행복해질 준비가 끝났다. 이 행복은 흔들리지 않는다. 누군가가 만들어서 나에게 준 행복이 아니라 내가 만든 행복이다. 오롯이 내 행복이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의무로 채워진 나의 역할을 끝내고 나서 남김없이 씻어버린다. 모두 씻겨나간 자리에 다시 나를 채워 넣는다.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꾹꾹 눌러 담는다.



아주 짧은 시간의 그 어떤 시간보다도 의미를 담는다. 내가 느끼는 하나하나에 행복을 넣는다. 의무를 끝냈기에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은 틈틈이 떠오르는 의무의 시간을 흘려보낸다. 아주 빠르게 지나가버리도록. 무슨 상관인가 지금 이렇게나 평화로운 시간을 누비고 있는데.



이 행복을 나누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혼자서만 나로 채워지는 시간에 아쉬움이 남아 사람을 찾고 만다.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 앞에서 밝게 웃어 보이고 싶어 진다. 맑고 티 없게 환하게 웃어 주고 싶어 진다. 오늘도 썩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아니 꽤 행복했던 거 같은데.



맞다. 의무의 하루가 어쨌건 간에, 내일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든지 간에, 나는 지금 행복하고 평화로운 게 분명하다. 지금 너무 행복하면 되었다. 내일 선택의 시간은 더 행복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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