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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07. 2022

내 휴가를 제일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

집에서 마음껏 쉬는 일 ! :)





어제는 왜인지 모르게 한참을 꿀꿀한 기분으로 있었다. 꿀꿀한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회사 일에 치여서 또 퇴근하면 바로 자는 시간이 점점 더 쌓이고 있었고, 이렇게 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스물아홉 살이 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나의 하루가 결국 얼룩덜룩해져 버렸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여러 가지 원색들이 다 섞여버려서 회색빛이 되어버리기 직전의 상태라고나 할까.



그래서 하루 휴가를 썼다. 엄청나게 밀린 업무. 밀린 업무를 해결해도 바로 또 쌓이는 업무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약간은 도망치듯이 휴가를 던졌다. 휴가를 쓴다고 하면 대부분 이렇게 묻는다. "어디 가려고?" 휴가를 쓰면 다들 어디로 떠나야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라도 다녀와야지" 글쎄. 보통 나는 일상을 잠깐이라도 틀고 싶을 때 휴가를 쓴다. 지금 일상이 너무 답답할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때로는 어디론가 놀러 가고 싶을 때도 있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걷고 싶을 때도 있으며, 때로는 잠만 자고 싶을 때도 있다.



나의 휴가는 지금 내 상태에 제일 필요한 걸 위해 쓰인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 휴식이 필요하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떤 감정도 받아내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그렇기에 아무도 없는 집에 머물기로 했다. 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 나에게 제일 행복한 휴가를 보낼 생각이다. 다들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집에서 쉬고 있는 기분이 나의 하루를 더욱 잘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침은 출근 시간과 똑같이 눈이 떠졌다. 이미 몸이 지칠 대로 지쳐서 개운하지가 않다. 급격히 말라버린 파뿌리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참 거지 같을 때가 많다. 내 체력이 평균 사람들에 비해서 아주 약하다는 걸 매번 느낀다. 이렇게 약한 체력으로 월-금 9to6 회사를 다니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부족한 체력이라도 행복해야지.



휴가 쓰고 하는 것 중 제일 좋아하는 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하는 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하면 하루가 뒤틀리게 되어있다. 늦게 일어났으니 하루가 아까워지고 아까워진 하루에 '오늘은 망했으니 그냥 영화나 보자'라고 생각하다가 핸드폰으로 웹서핑만 한 채 끝나게 된다.



부질없어지는 휴가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출근 시간과 맞춰 자연스럽게 떠진 눈을 다시 감지 않아야 한다. 눈을 뜨고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러 가면 휴가의 첫 단추는 잘 꿰진 셈이다. 아침 산책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침 산책보다 더 좋은 건 그대로 이불속으로 들어가 가사 없는 노래를 들으며 뒹굴뒹굴 책을 읽는 일이다.



해외여행을 가고, 제주도를 가고, 미술관에 가고, 사진전에 가지 않더라도 나는 충분히 만족하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휴가의 행복에는 표준이 없다. 누군가는 해외여행을 가는 게 최고의 만족일 수 있고, 누군가는 제주도에 가는 게 최고의 만족일 수 있으며,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최고의 만족일 수 있다.


 

우리는 매번 최고의 선택을 하며 살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정해 놓은 '최고의 휴가'가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휴식'이 된다는 걸 안다. 여기저기 여행지에서 찍는 사진이 쌓였다고 해서 더 활기찬 인생도 아니며, 밭을 가꾸며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더 단조로운 인생도 아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대단한 휴가가 아니라, 내가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휴가를 누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남들이 보기에 대단한 인생이 아니라, 내가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산다면 그게 대단한 인생이 아닐까.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보다 나부터 만족시켜야 하고,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표준을 맞추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내 휴가는 지금 나에게 제일 필요한 휴식으로 채우는 게 나에게는 가장 정답이다.



아주 행복한 휴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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