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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Sep 22. 2022

공무원을 좀 그만두고 싶은데요

너무 솔직했나요?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회사는 계속 다녀야 하니까요




벌써 4년 차 공무원이 된다. 첫 직장생활로 공무원을 하고 있지만 나의 꿈은 공무원과는 멀었다. 그럼에도 공무원을 선택했던 이유는 저녁을 가지고 싶어서였다. 단순히 저녁을 갖기 위해 선택한 직장은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물론 출근 1일 차부터.



첫 출근부터 지금까지 매 출근이 쉽지가 않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이곳의 업무가 늘 어렵게만 느껴졌고, 아침 출근길에는 답답함에 몸서리쳤다. 찾아와서 소리를 지르는 민원인도, 막내에게 업무를 몰아넣는 조직도 이상했다. 그럼에도 공무원으로 버티고 있는 이유를 말하라면 이곳은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라고 했던 나의 동기 덕분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곳을 때려치울 생각은 전혀 없지만, 언제라도 나에게 길이 있다면 이곳을 떠나 자유롭게 떠날 것이다. 성공이라는 게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면, 이곳은 나에게 늘 불안감을 주는 곳이었다. 밖이 얼마나 차가울지는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곳에 있는 한 나는 절대 평화로워질 수 없었다.



"이제 지음이가 안정을 좀 찾은 것 같은데?

3년이 지나서 그런가?"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아직도 길을 잃은 철없는 아이처럼 굴면 내 주변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사회에서 1인분을 해내야 나를 바라보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고, 현재 이곳은 나에게 그 시선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만 이곳에서 안정감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처음 시험공부를 할 때, 이곳에서 머물시간으로 3년을 생각했다. 이곳에서 머물다 보면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저녁이 있는 삶을 살면서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잠시 기대했었다. 어느 회사든 쉬운 곳이 대체 어디 있을까. 저번 주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출근을 했고,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목요일인 현재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 중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면 야근은 손에 꼽을 만큼 했었음을 인정한다. 인사이동이 있었고, 인사이동으로 인해 지금만 일이 많아졌을 뿐이지만 야근을 하지 않았을 때마저 내 체력은 바닥이었다. 그래서 자고 싶을 때 잘 자유를 가지고 싶다고 외쳐댔다.



회사 자체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가장 회사가 어려울 때는 체력이 다했다는 느낌이 들 때다. 하루를 온전히 회사에 쏟고 나면 내 시간이 없어진다. 그건 회사에서 6시에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나의 체력은 한정적이고, 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 또한 한정적이다. 체력이 다해 집에 와서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할 때는 또 회사와 맞지 않은 건지에 대한 의문을 계속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1. 충분한 저녁시간이 주어질 것.

2. 저녁시간 동안 무언가를 할 체력이 주어질 것.



저녁이고, 아침이고 상관없이 내 체력이 다했을 때는 자고 싶었다. 내 체력이 다해서 몽롱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을 때마저 일어나는 게 나를 버겁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학생 때는 더 일찍 일어났는데도 지금이 더 피곤한 건 아마 사람들을 상대해야 해서 일지도 모른다.



무거운 눈꺼풀은 자꾸만 내려와서 자고 싶다고 말한다. 긴장한 채로 일했던 어깨는 '나 조금 더 자고 싶어'라 말한다. 체력이 다하면 나는 또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모른 채로 살아간다. 반쯤 가지고 있는 통제력을 아예 잃은 채로 내 삶의 방향키를 잡고 싶지는 않아서 일단 내 앞에 있는 방향키를 부여잡는다. 자동 설정이 되어 있는 방향키는 결국 알아서 가겠지만 언젠가는 자동 설정되어 있는 이 방향키를 놓고, 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방향키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맞지 않는 회사를 못 떠나고 있는 이유는 아마 한 가지가 아닐까. "당장의 생존을 위해" 회사 일이 아무리 숙제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어차피 떠날 수 없는 한 좋든 싫든 매일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한다. 그게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다. 비 속에서 춤을 추는 것.



"나 신지음이야.

내 전임자도 했는데 내가 못 버티겠어?"



버티지 못하는 게 아니라 버티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뭐 별 수 있는가,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으로 주변을 안심시키고,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도 한다. 그 이유로 내일도 출근을 할 예정이다. 주말에 안도하면서, 일요일 저녁에는 또 두려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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