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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Sep 14. 2022

생일이고, 조금 슬퍼서요 :)

아직도 생일에는 어떤 날보다 행복하고 싶어요




야근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야근을 했고, 나에게 화를 내던 사람은 내가 생일을 맞았는지는 전혀 몰랐겠지. 자신으로 인해 생일인데도 야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보다도 당장 화가  자신의 화를 풀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났겠지.



중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으로 나한테도 잘못이 있다는 이야기에 "내가 판단할  없는 부분이니,  분의 이야기  누가 맞는지에 대한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라고 이야기하는 나에게 1시간 넘게 자신이 화난 부분에 대해 말해도 화가 풀리지 않았겠지. 없는 방법을 샅샅이 뒤져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려 했던 나의 초조함과 노력은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일이겠지. 결국 원하는  주지 않으면  소리를 치고 마니까.



그게 나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어느 날은  나의 잘못이 될까 무서웠고, 나의 두려움은 숨기려 해도 티가 났다. 나를 도와줬던 사람에게로 향한 화살이 그를 상처 주지 않기를 바라고  바랬다. 여전히 똑같은 자리에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여전히 지키지 못하는 내가   살을 지나와 그걸 뼈저리게 느끼는 생일을 맞이 했다.



그럼에도 나의 생일을 힘들게 했던 사람이 명확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라면 엉망이 된 생일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한참을 노력했다. 이제 조금 숨을 쉬고 웃을 수 있을까 생각했던 순간에, 예상치 못한 대답이 와서 조금 당황했나. 나름 편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계속 웃어주는 것에 대한 대답이 '아무리 함부로 말하고 선을 넘는 장난을 쳐도 웃어줄 거야'라는 대답이라서 몹시도 속상했다면 아주 조금은 울적해 있어도 될까. 내가 동생 같아서 장난치는 거라는 여러 가지 대사가 너무나 불편했다고 말하면 조금 당황스러웠을까.



여러 개의 겹쳐진 일들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화가 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상처받아서였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생일을 맞은 나의 하루가 조금은 처량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목이 메었다면 나를 너무 안쓰럽게 볼까. 말을 하고 온 날보다, 하고 오지 않은 날 항상 더 마음이 편안했다면 차나리 말을 줄이는 게 나을까.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게 불편하다면 더 이상 가깝게 지내지 않아도 될까.



카톡으로 선물도 받고, 생일 축하한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는데 이상하게 생일 축하한다는 목소리를 정말  들어서 그런지  오는 퇴근길에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밖에서 서성거렸다. 로퍼를 신어서 산책할  있는 상태는 아니었는데도 한참 동안을 집에 들어가지 못하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카톡에 떠있는 사람들  아무나 괜찮으니까 나에게 목소리  들려줄래? 아무 이야기 없이 회가 먹고 싶다고 하는 나에게 지금 나오면 회에 소주를 사주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엄청난 위로가 되었다면 나는 완전히  편인 사람들의 생일 축하한다는 목소리가 그리웠던 걸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주지 않고 언제든지  편이니까 말만 해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어서,  생일이 그래도 엉망진창은 아니었던  같은데.



우산을 쓰지 않고는 도저히 걸을  없을  같을 때가 돼서야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집에 들어가서 씻고 나와서 잠에 들면  어느새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두려움이 나를 붙잡는다. 내년도 비슷한 생일을 맞이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오늘이 가기 전까지만 가지고 있어도 될까.



12시가 다 돼서도 잠들지 못하는 나를 기다리며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보다 더 많이 피곤할 거면서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사람이 있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라는 목소리를 들어야 잠에 잘 들 수 있을 것 같은 내 마음을 알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대사를 또 들려주고야 만다. 생일이 끝난다.



비가 많이 내린다. 내가  좋아하는   어떻게 알고 생일의 마지막 1시간에 비를 선물 받는다. 마지막 선물이 내린다. 내일은 이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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