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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12. 2022

오늘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볼까?

스위치 꺼보기


  




우울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지금 벗어나지 못하면 침체된 기운이 오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을 헤맸던 것 같다. 이 감정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무력감이 엄습해오는 순간을 캐치해서 벗어나는 법을 배웠다. 이 감정이 엄습해오자마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스위치를 꺼버리니까 아주 신기하게도 순식간에 무력감이 사라졌다.



넘어지지 않았을 때는 잘 넘어지는 법을 몰랐는데, 넘어지고 나니까 잘 넘어지는 법도 알게 되었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는 법도, 일어나는 법도 알게 되었다.



최근 2년 동안의 나를 돌아보면 내가 이렇게나 힘들어했던 적이 없었다고 다 같이 입을 모았다. 처음 사회생활은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고, 회사 내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을 때는 심한 무력감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내가 견딜 수 있었던 건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옆에 있어 준 덕분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흔들리고 무너지다가 결국 주저앉아버린 나의 옆에서 괜찮다고 말해준 많은 사람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내가 완벽하게 "나 너무 멀쩡하고, 예전의 열정 그대로 돌아왔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예전 같지 않고, 예전 같을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당찬 패기와 열정은 없어도 내가 지나온 순간들이 쌓인 나만의 이야기로 내 색깔은 조금 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내가 했던 실수들, 그리고 왜 더 잘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미련보다 중요한 건 과거보다 현재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된다는 것이다. 지나온 시간에 머무르기보다는 앞으로의 삶에 더 집중하다 보면 분명히 나아갈 힘이 생기곤 했다. 그래서 오늘은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채워본다.



글을 쓰고, 청소를 하고, 좋아하는 예능을 본다. 요리를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고, 사진을 찍고 하루를 남긴다. 뭐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로 채워가는 하루는 기분 좋게 남는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로 하루를 채워가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줄 미소가 남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해줄 웃음을 남길 수 있다는 건 상황을 조금 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성장했다는 걸 의미한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건 그나마 약간의 기력이 남았다는 뜻이기에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본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면서.



::

놓치고 지나가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아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지를 자주 잊었다.     

빛나고 싶었던 수많은 시간도,

빛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시간도,

사실은 나만의 빛깔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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