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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빵소식 Jul 14. 2024

이쁘게

아이의 눈 13화


지나가는 강아지를 만지고 싶은 유치원생 아들

강아지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민다.


강아지도 반갑다는 듯 다가오는 듯하더니

갑자기 매섭게 짖어댄다.

'(사납게) 왈왈왈~'


깜짝 놀란 아들이 당황해서 아빠뒤에 숨으며 말한다.

'너 한 대 맞을래?'


강아지 주인도 무안한 듯 보고 있기에

아빠는 '아들 ~ 그래도 이쁘게 얘기해야지 ~' 당부한다.


아들은 무언가 느꼈는지 강아지에게 다시 말한다.

'너 이쁘게 한 대 맞을래~~~요?'


아 ~ 노력한 아들의 모습에 아빠는 웃음이 난다.




이쁘게 맞으면 안 아플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아빠만의 생각일까? ^^


아이들은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 것 안에서 이야기하고 행동한다.  

이쁘게 애기해야 한다는 말에 '이쁘게'라는 단어와

공손한 표현인 '~요?'를 붙인 아들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아이가 아니어도 우리는 어릴 때가 참 많다.

공부를 시작하면서도 어리고 대학에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면서도

첫 직장에 적응하면서도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면서도 우리는 어리다.

뒤돌아 보면 참 어린 시기가 많았던 것 같다.

 

사회 초년생 때 '이쁘게' 보고서를 만들어봐 라는 말에

외형적으로 정성껏 '이쁘게' 만든 보고서를 보며  

당황해 했던 선배가 떠오른다.

사회에서 '이쁘게'는 그냥 귀엽게 웃어넘길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선배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아 '이쁘게'를 못 알아듣네.

 왜 저렇게 미숙하지?

 기본기가 없나 봐.

 아 ~ 저 정도는 해줘야지..' 등등

사회일을 갓 시작한 어린 친구들을 귀엽게만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더 들어 보니

'왜 그때 어리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직 사회에서 어릴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은데 말이다.


어린아이들이 이쁘게 노력하는 것을 귀엽게 보듯

사람들이 낯설고 새로운 일에 노력하는 모습에 응원하고 박수를 쳐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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