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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빵소식 Jul 07. 2024

호응

아이의 눈 11화


평온한 주말이다.

책을 읽던 아들이 왠지 분주하다.

화장실에 들어간 아빠는 직감한다.

'이놈이 아빠한테 장난치려는 거구만.. ㅎㅎ 내가 당할 줄 알고'


역시나 다를까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아들이 갑자기 아빠를 놀라게 한다.

'(무서운 표정과 함께) 꽥~~~~~'

최선을 다한 아들이지만


이미 아빠는 감을 잡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고

'아빠가 그 정도로 놀랄 것 같아 ^^' 하고 이야기한다.


장난에 실패해 실망한 아들

'아빠 ~ 이제 나빠라고 부를 거야. 흥 ~'


아차 ~ 지금이라도 가식적으로라도 놀라는 척할까

망설였지만 이미 아들의 감정 기차는 떠나고 말았다.


졸지에 아빠에서 나빠가 되니 아빠의 기분도 나빠진다.  T.T




고래도 칭찬에 춤춘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칭찬은 상대방이 정말 잘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의 기를 살려주고 기분을 좋게 함으로써

더 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수단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 있다.


아들에게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는 아빠의 대단한 촉감'을 내세우느라

친근하게 다가온 아들의 장난에 대한 호응을 놓쳐버렸다.

그 결과 순식간에 아빠는 나빠가 되고 말았다.  


어느 날 와이프가 직장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아이 ~ 상조회 회장이 나보고 상조회 임원을 꼭 맡아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난 하기 싫은데..'


남편이 '업무가 바쁘기도 하고 부장이 하기엔 너무 업무 성격이 안 맞는다고 하면 어때?'

한숨을 쉬며 와이프가 '내가 그렇게 얘기했지..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말고 '와~ 좋네, 와 ~ 잘하네'라고

크게 호응만 해 주면 된데.. 그러니 거절을 못하겠더라고'


목소리로 기를 불어넣어 주는 호응에 일가견이 있는 와이프를 알기에

남편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자기가 잘하는 네.. 에고 어쩌냥'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렇듯 호응은 가족 간에나 회사에서도 상호작용 에너지를 충만하게 해주는

중요한 행동인 것 같다.


아빠가 그 중요한 걸 놓쳤으니 얼마나 실망했겠는가?  

엔 과격한 호응을 아들에게 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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