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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경논총 Feb 08. 2024

[오아시스] 흔적까지추억으로

Marigold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날,

아이는 포슬포슬한 눈 위에 발자국을 살포시 남긴다


눈이 온다는 건

곧 계절의 마지막이 다가온다는 조금 슬픈 신호였지만

아이는 그 생각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쌓이는 눈에 발자국들이 조금씩 덮여갔다

하나둘씩 지워지는 발자국이, 아이는 괜스레 아쉬웠다


더 많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던 아이는

마지막까지 겨울을 힘껏 안았다


이따금씩 겨울의 매서움이 아이를 아프게 했지만

아이는 발자국 하나를 더 남기는 것에 온 힘을 쏟았다


봄이 되어 눈도, 발자국도 모두 녹아내렸을 적

발자국의 기억은 아이의 마지막 겨울이 되어주었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지나가고

다시 겨울이 돌아올 때까지

수많은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도


겨울을 떠올리고 싶을 때면

아이는 언제든 발자국의 기억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


눈 위의 흔적은

그 겨울

아이의 온기가,

아이의 추억이,

아이의 사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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