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김태인, 김태헌, 오승주, 유도영, 이용규
필자는 평소에 Lauv의 “Steal the show”라는 즐겨 듣곤 한다. 그 이후 노래의 출처가 영화 ‘엘리멘탈’의 주제곡이라는 것을 앨범 표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영화관에 가서 얼른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었다. 영화 속에서 익숙하고 좋아했던 OST를 토대로 스토리가 감동으로 다가와 굉장히 만족스럽게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혹시 당신도 필자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실제로 필자가 본 ‘엘리멘탈’ 외에도 ‘밀수’, ‘바비’와 같은 영화도 OST와 영화 모두 흥행을 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영화 마케팅 전략이 발달하고 있다. 영화의 OST를 음원 차트에 발매하여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음원을 듣게 하고,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음원을 통해 영화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보는 것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마케팅 사례가 존재한다. 현대 영화 마케팅 전략은 이전의 TV 광고나 포스터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여러 세대의 니즈를 겨냥해 진행된다. 본 글에서는 일반적인 영화 마케팅 사례에 관해서 탐구하고, 더 나아가 이색적인 영화 마케팅 사례들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현대 영화 산업 마케팅에 대해 이해해 보고자 한다.
기존의 영화 마케팅 – 포스터
가장 대표적인 영화 마케팅 수단으로 포스터가 떠오를 것이다. 1895년 프랑스에서 최초의 영화가 상영된 이래 현재까지도 효과적인 홍보물로써 사용되며 신문, 방송, SNS 등 다양한 매체에 실리게 된다. 단 한 장의 이미지로 관객을 사로잡아야 하는 포스터는 영화의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과거 흑백 영화가 상영되던 시절에는 포스터를 통해 영화에 색을 입혔고, 현재의 트렌드와 시대상에 맞춰 매번 새로운 포스터를 선보이게 된다.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를 기억하는가? 인물들의 눈이 모두 검게 가려져 감정은 느껴지지 않고, 인물 간의 흑백 대비를 통해 신분 차이를 암시한다. 포스터 속 숨겨진 장치들을 활용하여 잠재적 관객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관람 후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포스터 제작을 맡은 김상만 감독의 다분한 의도를 추측하는 재미로 관객들은 또 한 번 포스터를 소비하고 영화를 색다르게 즐긴다.
이색 영화 마케팅 – GV 시사회
배우들의 무대인사를 겸한 영화 시사회에 대해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시사회는 참석자의 구성이나 진행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최근에는 GV(Guest Visit) 형태의 시사회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상영 전 간단한 인사와 질문 과정만 있는 일반적인 무대 인사 시사회와 달리 GV는 제작진과 출연진은 물론이고 영화 주제에 맞는 전문가나 평론가가 참석해 관객들과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사회이다. 프로그램 초기에는 대작으로 평가받는 재개봉 작품, 해설이 필요한 예술・독립영화 위주로 진행되었으나 최근에는 대부분의 영화가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인기 있는 GV는 단순 Q&A 형식보다 난해한 영화에 상세한 해설을 곁들이는 클래스 형태의 GV로,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10분 만에 티켓이 매진될 만큼 선호도가 높다. 2020년 여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작의 영화 테넷은 물리학자 김상욱과 이동진 평론가가 각자의 시선에서 영화를 분석한 GV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해 단기간에 30만 조회수를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니아적인 요소와 대중적인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가며 진화 중인 GV가 박스오피스에 얼마나 더 많은 잠재관객을 모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색 영화 마케팅 – SNS를 통한 화제성
최근에는 영화 홍보 수단으로 포스터, 시사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영화 제작업체 MCU는 2015년 영화 ‘앤트맨’ 홍보를 위해 앤트맨의 특징을 강조하는 매우 작은 미니어처 티켓을 100장을 제작해 영국 주요 도시 곳곳에 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실제 티켓으로 교환 가능한 가로 10mm, 세로 5mm에 불과한 이 미니어처 티켓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돋보기를 가지고 다니며 열광적으로 도시를 누비기 시작했다. 개미만한 티켓을 찾은 사람들은 SNS에 앤트맨을 태그하며 게시글을 올렸고, 이는 자연스레 더 많은 사람의 캠페인 참여와 영화 홍보를 이끌어냈다. 디지털 플랫폼의 시대에 SNS태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영화의 화제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마련했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앤트맨 캠페인’은 마블의 가장 작은 히어로라는 영화 주인공의 특징을 녹이면서도, 영화의 내용을 몰라도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MCU는 올해 초에도 앤트맨 3 개봉을 앞두고 도시 곳곳에 초미니 앤트맨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초미니 미니어처를 숨겨두는 등의 캠페인을 진행하며 바쁜 일상 속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급속한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며 ‘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현대인들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OTT, 숏폼, 유튜브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사이에서 ‘영화’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차별화된 마케팅 방식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영화 개봉 이전에 포스터, 예고편을 통한 홍보만이 이루어졌다면, 현재의 영화업계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흥미를 유발할 방안을 고민한다. 영화라는 콘텐츠가 지니는 작품성과 예술성을 기반으로 주제에 대해 평론가와 관객들이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GV 시사회, 영화와 관련된 이벤트를 개최하고 SNS를 기반으로 화제성을 유도했던 앤트맨 3의 사례 등이 그 예시이다. 한국 영화의 경우, K-콘텐츠에 대해 세계적으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수출액이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한류열풍과 더불어 영화산업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마케팅 방식이 요구된다. 범람하는 콘텐츠 속에서 시장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영화 마케팅 방식은 미래에도 점점 다양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