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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경논총 Feb 08. 2024

[오아시스] 우리는 흔적으로 나아간다

헨젤

으로 [으로]

1. 움직임의 방향을 나타내는 격 조사.

5. 어떤 일의 수단 - 도구를 나타내는 격 조사.


“넌 커서 뭐가 될래?”

몰라요, 모르겠어요. 클 만큼 큰 것 같은데, 아직도 모르겠어요.


가끔은 세상의 속도가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만 하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고 겁을 주더니,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는 희망학과를 빨리 정해야 한다며 자기소개서를 채워 제출하란다.


그 희망학과는 곧 나의 전공이 되어 이제는 누구보다도 많은 스펙을 쌓으라 한다.

난 아직도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잘 이끌어주라는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날 꼬리표처럼 졸졸 따라다닌다.


그렇지만 지금껏

내가 즐거워서 한 음악,

사람이 좋아 들어간 학생회,

가끔은 복잡한 번뇌를 풀어놓았던 글쓰기,

끌리는 대로 공부했던 전공 과목.

이 흔적들 하나하나가 모여 곧 나를 이루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오다 보니

그 흔적이 자연스레 내가 되었다.


,


조바심 낼 필요 없어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

전혀 늦어지는 게 아냐

그 과정까지 모두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거야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내가 하고픈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가다 보면

그 흔적들이 모여 훗날의 나를 만들 거야

나만의 흔적을 마음껏 그려나갈 수 있을 거야


우리는 흔적을 모아 나아가고,

또다른 흔적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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