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
으로 [으로]
1. 움직임의 방향을 나타내는 격 조사.
5. 어떤 일의 수단 - 도구를 나타내는 격 조사.
“넌 커서 뭐가 될래?”
몰라요, 모르겠어요. 클 만큼 큰 것 같은데, 아직도 모르겠어요.
가끔은 세상의 속도가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만 하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고 겁을 주더니,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는 희망학과를 빨리 정해야 한다며 자기소개서를 채워 제출하란다.
그 희망학과는 곧 나의 전공이 되어 이제는 누구보다도 많은 스펙을 쌓으라 한다.
난 아직도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잘 이끌어주라는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날 꼬리표처럼 졸졸 따라다닌다.
그렇지만 지금껏
내가 즐거워서 한 음악,
사람이 좋아 들어간 학생회,
가끔은 복잡한 번뇌를 풀어놓았던 글쓰기,
끌리는 대로 공부했던 전공 과목.
이 흔적들 하나하나가 모여 곧 나를 이루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오다 보니
그 흔적이 자연스레 내가 되었다.
,
조바심 낼 필요 없어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
전혀 늦어지는 게 아냐
그 과정까지 모두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일 거야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내가 하고픈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가다 보면
그 흔적들이 모여 훗날의 나를 만들 거야
나만의 흔적을 마음껏 그려나갈 수 있을 거야
우리는 흔적을 모아 나아가고,
또다른 흔적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