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락시스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문의 글을 쓰지않다보면 어느 새벽, 당신은 읽는 이가 기다린대도 긴 글을 쓸수없게 됐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도 먹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리하지 않다보면 혼자만의 식사도 거칠어진다. 당신의 우주는 그런식으로 비좁아져간다.”
- 씨네 21의 김혜리 기자
가끔 어떤 흔적을 남기는게 두려워 발을 내딛지 못하고 정체될 때가 있다.
내 선택에 확신이 들지 않고, 예측 안되는 그 다음 순간이 두려워서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는 못난 사람이 된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건 내가 지금 현재를 살고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모든걸 겪고 삶의 마지막 점에서 이 순간을 회상하는게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미래를 알겠는가.
보이지 않고 깜깜하지만 무궁무진한 미래는 마치 우주 같다.
우주에는 중심이 없다. 위도 아래도, 오른쪽도 왼쪽도, 동서남북도 없다.
우주 태초의 빛, 배경복사를 분석한 결과 연구자들은 우주가 등방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등방성(等方性)이란 어떤 특정 지점에서 봤을 때 물질의 중요한 특성이 방향에 관계없이 모두 동일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곧 우주에는 특정한 방향성이 없으며, 우주의 어느 방향을 보든 간에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뜻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우주의 등방성이라 한다.
우주와 같은 미래에 내딛는 발걸음 또한 그럴 것이다. 하나의 새로운 흔적이 생길뿐, 그 흔적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상승인지 하강인지, 중심인지, 주변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 그런 꼬리표를 달 필요도, 달 수도 없다. 그저 나의 관측 가능한 우주가 커질 뿐이다.
이미 알고 있는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발을 딛으면 이제 그 곳은 내가 아는 세상이 된다.
그러니 나의 다음 흔적을 두려워하지말자.
이왕 흔적을 남길거라면 최선을 다해 별만큼 빛나는 흔적으로 만들자.
어느 시점에 뒤돌아보면 그렇게 내가 박아 온 별들이 나만의 별자리가 되어있을 것이다.
가끔 지난 날의 흔적들을 돌아보자. 그 별자리들에 이름을 지어주자. 그렇게 내가 지나온순간들을 사랑하고, 그렇게 앞으로의 나의 흔적들을 응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