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부편집장 이수희
커피에서 만납시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는 어느 날 붉은 열매를 먹는 염소들이 기운이 세지고 잠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흥미를 느낀 칼디는 이 붉은 열매를 직접 먹어보기로 한다. 온몸에 힘이 넘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 칼디는 이 열매를 수도사에게 권하게 된다. 수도사는 붉은 열매를 수상히 여기고 모두 불태우지만, 열매들이 불타면서 퍼진 매혹적인 향에 기분이 좋아지고, 결국 이 불탄 열매를 물에 타서 마시게 된다. 열매의 신비한 힘을 직접 체험한 수도사는 이 열매를 이슬람 수도원으로 가져갔고 그날 밤 수도사들은 맑은 정신으로 기도에 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신의 음료라고 불리게 된 커피는 이슬람 수도사들에 의해 널리 음용되기 시작한다. 이후 커피는 이슬람 주요 도시로 진출하였고 커피 특유의 풍미에 사람들은 매료되었다. 커피는 수도사들의 전유물에서 이슬람 문화권의 대표 마실거리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이스탄불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커피 하우스 ‘키바한'을 시작으로 커피 하우스는 유럽과 세계로 퍼져나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 비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이곳에서 모임을 가지기 시작하며 편의시설물도 늘어났다. 간판이 없던 이 공간을 사람들은 커피라는 말로 장소를 특정했다. 카페는 커피를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렇게 본래 같은 뜻을 가졌던 커피와 카페는 음료와 공간의 의미로 분리되기 시작한다. 카페는 커피를 음미하는 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는 사교 공간, 토론 공간, 놀이 공간, 문화 공간 등 복합문화공간이자 공론의 장이 되었다.
이번엔 한반도로 초점을 맞춰보자. 구한말 커피는 고종에 의해 외교에 적극적으로 이용되었다. 1900년대 초반 당시 손탁 호텔은 외국 인사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조선 관리들은 커피를 대접하며 외교관들과 친분을 쌓고 국제 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일제 강점기 시대 커피는 지식인들이 모이는 아지트의 핵심이었다. 천재 시인 이상은 5~6곳의 다방을 열어 문인들의 모임 장소와 지식인과 일반인의 교류 장소로 활용하면서 끊임없이 창작과 계몽의 혼을 불살랐다. 고종, 다방이라는 키워드에 이어 등장한 인스턴트커피는 지식인의 격조 있는 문화였던 다방의 대중화를 이루어낸다. 대중화와 동시에 발생하는 “격조의 하락 현상"이 커피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커피는 값어치 있는 소중한 문화의 지표의 역할을 잃지 않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는다. 88서울올림픽의 영향으로 시작된 해외여행 자유화와 적극적인 문화 개방으로 서구의 선진적 커피 전문점에 대한 정보가 국내 시장에 유입되었고 이를 벤치마킹한 카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8년 12월 서울 압구정파출소 앞 ‘쟈뎅'으로 국내 원두커피 전문점 시대가 시작된다. 동시에 커피의 품질을 따지는 문화가 해외 유학생과 외국계 회사 직원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으며 원두커피는 유명 백화점 진열대에 즐비하였다. 이즈음 스타벅스의 소식이 외신을 타고 국내에 전해진다. 1999년 7월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 오픈한 스타벅스 1호점을 시작으로 한국엔 원두커피 붐이 일었다. 커피 전문점의 춘추전국시대로 기록될 만큼 2000년대에 수많은 국내 원두커피 프랜차이즈가 생겼고 마니아층에 국한되었던 원두커피 음용 문화가 대중문화로 보편화된다.
커피 춘추전국시대의 승리자는 단연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난 20년간 성공 가도를 달리며 놀라운 숫자를 보여주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 수는 1,600개에 달하고 있으며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은 700만이다. 매출 또한 유니콘 기업을 훌쩍 뛰어넘으며 국내 연 매출 2조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커피 브랜드 2위인 투썸플레이스의 매출액이 약 3,000억임을 감안하였을 때 스타벅스가 압도적 1위임이 확실해진다. 스타벅스는 단순 수치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자체에서도 독자적인 위치에 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것은 물론 기프티콘의 가장 무난한 선택지가 될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였다. 사람들은 왜 스타벅스에 매료되었고 스타벅스는 어떤 매력과 무기로 굳건한 업계 1위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카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까? 이번 글은 스타벅스의 정체성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스타벅스의 근본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팝니다
“커피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소개합니다.
세계인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전 세계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스타벅스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제3의 공간으로서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속에서 고객과 함께하며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
우리는 공간과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개인은 공간의 의미를 창조하고 그에 맞는 태도와 감정으로 공간을 대하며 공간은 개인의 정체성과 개성을 확립시킨다. 소비자의 패턴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개인이 공간에 부여하는 의미도, 공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도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디지털 공간의 새롭게 탄생은 새로운 유형의 공간에 대한 고뇌와 동시에 기존 공간에 대한 재정의로 이어졌다. 온라인 공간이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을 정확하게 타게팅해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히 상품을 거래하는 장소의 역할에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장소로 확장되었다. 이 두 가지 유형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으로 전략을 펼치는 디지털 시대의 기업은 공간을 ‘고객에게 경험을 주는 장소’로 재정의한다. 공간에 브랜드의 가치와 문화를 담아내자, 공간은 그 자체가 소비의 주체로 탈바꿈하였다.
공간에 주체성과 스토리텔링을 심은 최초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바로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는 공간을 커피가 거래되는 “소비의 매개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 녹아든 스타벅스 문화와 가치를 소비자들이 소비하고 향유하는 동시에 상호작용하며 감성적 연대를 끌어내는 “소비의 핵심 주체"로 바라보았다(전주원, 2020). 그렇다면 스타벅스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규정한 제3의 공간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에서 시민사회의 제3의 공간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다. 제1 공간에 대한 개념은 19세기에 정립된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며 휴식을 제공해주는 곳으로 각자의 가정이 제1의 공간이다. 제2의 공간은 직장으로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직장은 근로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거주 공간으로 정의된다. 레이 올든버그는 제1 공간과 제2 공간 개념 사이의 중간지대, 비공식적 공공 생활이 이루어지고 교류의 욕구를 채워주는 제3의 공간을 추가한다. 제3의 공간에서 ‘나'는 잠시 쉬어가며 대화를 나누거나 생각을 정리하며 나만의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은 나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준다.
예로부터 유럽에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음미하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는 사교 공간, 토론 공간, 놀이 공간, 문화 공간 등 복합문화공간이자 공론의 장이었다. 커피는 단순히 음료로서만 인식되는 미국에서 카페 일을 하던 하워드 슐츠는 커피와 카페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을 했는데 그는 자신의 저서인 <온워드>에서 이러한 순간이 ‘우연히' 다가왔다고 표현한다.
“우연한 기회에 이탈리아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고, 그곳에서 뜻밖에도 커피에 대한 내 뜨거운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주한 채 격의 없이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커피 한 잔이 품은 위대한 힘을 온몸으로 느꼈다. 커피는 단순히 음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매개체였다. 적어도 한 블록마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은 밀라노 커피바는 가는 곳마다 활기차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고,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그들의 삶이 여유로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카페에서 ‘제3의 공간으로서의 카페’에 대한 가능성을 경험하고. 제3의 공간에 대한 현대인의 필요성을 확신한 하워드 슐츠는 자신의 카페, 즉 스타벅스를 제3의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고객들의 빠른 순환을 원하는 기존 외식업계 매장과 달리 스타벅스는 편안하고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편안한 의자와 잔잔한 음악, 적당한 조명과 조화로운 향까지 공간의 모든 요소는 방문하고 머물고 싶은 제3의 공간을 위해 연출되었다. 공간은 더 이상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연출해야 하는 주체로 변하였다.
유럽의 커피문화를 차용한 스타벅스만의 제3의 공간은 여기에 한가지 혁신을 더한다. 스타벅스는 2002년 1,200개 매장 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거론되는 아이폰 3가 2008년에 발표된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혁신적인 결정이었다. 스타벅스가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전까진 카페란 일반적으로 커피를 소비하고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노트북을 사용하더라도 오프라인 작업만 가능한 곳 정도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하며 카페 내 일반적인 풍경이 변화한다. 카페에 앉아 노트북으로 다양한 업무를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장면이 되었다. 스타벅스의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는 모든 매장으로 확대되었고 그렇게 인터넷 카페 시대가 열렸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0년 국내 커피 전문점 최초로 매장에서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매장 곳곳에 콘센트를 마련해 노트북을 가져오는 고객이 작업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다. 이는 지난 20년 사이 한국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카공(카페에서 공부)' 문화의 확산과 맞물리며 스타벅스를 향한 확실하고도 커다란 관심과 주기적 방문으로 이어졌다.
스타벅스 매장공간의 차별화된 특징 중 하나는 음악이다. 배경음악의 활용은 좌석의 안락성이나 심미성 태도를 변화시키어 긍정적 감정은 더욱 긍정적으로, 부정적 감정은 더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정미화, 2016). 또한 레스토랑 실내음악의 템포가 유발하는 각성수준이 직접적으로 만족 및 행동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전병길, 2003). 음악이 매장 경험을 극대화한다고 본 스타벅스는 일찍 음악 관련 투자를 시작했다. 1999년에 스타벅스는 Hear Music 인수해 음반사를 설립하고 스타벅스 매장용 CD를 제작하여 손님을 위해 매장에서 CD를 판매하였다. 2015년 스타벅스는 CD 판매를 중단하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제휴를 맺어 매장용 음원을 제공받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매장의 배경음악은 본사의 음악팀이 심혈을 기울여 직접 선정한다. 음악팀은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는 음악 애호가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은 시간대와 매장별 음악 재생목록을 만드는데 팝,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함한다. 스타벅스의 매장 배경음악은 ‘음악 맛집'으로 불리기도 하여 유튜브에 사람들이 스타벅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즐기기도 한다.
최근 감성적 소비가 트렌드가 되며 음악은 제품의 이미지나 판매를 직접적으로 향상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음악은 수용자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선동적이다. 쉽게 기억되고 전파성이 강하며, 반복 기능을 사용할 시 브랜드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맹명관, 2021). 스타벅스는 편의시설, 인테리어, 서비스, 음악까지 모두 세심하게 관리함으로써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단계에서 스타벅스의 정체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커피에 탄 디지털 샷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를 신속하게 수용하게 되었다.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비대면, 비접촉 등 다양한 디지털 환경이 빠르고 강압적으로 도입되었고 이 강력한 흐름은 사회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였다. 코로나 기간 이커머스는 10년간의 변화를 단 8주 만에, 텔레메디슨은 15일 만에 10배로, 비디오 스트리밍은 5개월 만에 7년 치를, 그리고 원격교육은 2주 만에 2.5억 회를 넘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이 흐름은 끊임없이 진행되리라 예측된다. 기업은 이러한 새로움과 불확실성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하여야만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은 ‘디지털적인 모든 것'으로 생겨나는 다양한 변화에 디지털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문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이다(GS 칼텍스, 2021). 이 변화는 새로운 경험의 가치를 제공하고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으로 이전과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맹명관, 2021). 기업들은 시장의 빠른 비즈니스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DX가 필요하다. 업무의 속도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어 지속해서 혁신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업무 자동화, 그리고 혁신적으로 고객 경험의 전반적인 단계들을 관리해야만 한다. 코로나19는 비즈니스 변화 속도를 엄청나게 올렸을 뿐만 아니라 그 방향성까지도 기존과는 다르다. 이에 따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1990년대 말부터 이미 우리 사회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1단계는 ‘디지털 제품 출시 및 인프라 기반 구축단계’이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며 VOD 서비스나 MP3 같은 디지털 상품이 등장했고, 네트워크, 서버와 같은 디지털 인프라가 등장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2단계는 ‘e-커머스 및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단계'이다. 1단계를 통해 구축된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2000년대 초 e-커머스 시장 활성화가 시작된다. 인터넷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며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그에 따라 기업들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3단계는 ‘비즈니스 모델 및 경영 전략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단계"로 201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사물 인터넷 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AI, 빅데이터 솔루션과 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통 신기술 플랫폼의 등장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정점에 이르렀다. 이 시기를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도 부른다. 코로나19로 언택트 기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이었다. 미국 매장 중 절반이 문을 닫으며 순이익은 전년 대비 51% 감소하였으며 2개월 만에 주가가 30% 추락하며 58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주가는 한 달 만에 77달러로 가파르게 회복하였으며 3분기 매출이 2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한다. 그리고 2020년 12월 스타벅스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한다. 2022년 1월 기준 스타벅스 주가는 116달러이다. 스타벅스의 V자 반등의 동력은 스타벅스가 지난 십 수년간 투자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다. 스타벅스는 외적으로는 커피 전문점이지만 속은 이미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스타벅스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퍼스트무버이다. 이 덕분에 스타벅스는 언택트 경제라는 뉴노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브랜드 철학에 반하는 운영, 과도한 확장 정책, 대기업의 저가 커피 시장 공략으로 고객을 잃고 있던 상황에서 2008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자 스타벅스의 매출은 급감하기 시작하였다. 위기 상황에서 CEO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는 7개의 혁신 아젠다를 발표하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단행한다.
스타벅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혁신을 통한 고객 경험 강화였다. 고객이 스타벅스를 접하는 모든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고객의 모든 ‘오프라인 경험'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맹명관, 2021)
스타벅스는 2015년엔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850만 달러(약 100억원)를 썼고, 이듬해엔 1,000여 명의 엔지니어를 새롭게 채용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 혁신 노력은 2017년 IT 업계 출신의 케빈 존슨을 CEO로 영입하며 방점을 찍었다(김지섭 2021). 1981년 IBM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하여 MS 임원과 네트워크 장비 업체 주니퍼 CEO를 역임한 인물이다.
존슨은 클라우드와 블록체인, IoT, AI 기술 등을 도입했는데 변화의 가장 밑바탕에는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스트럭처의 활용이 있다. 스타벅스는 자체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는 대신 인프라스트럭처 서비스(IaaS: Infrastructure As A Service)로 데이터 기반을 전환하고 있다. 매장에 들어가는 모든 커피 기계에 커피 추출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IoT 칩을 이식함으로써 커피머신도 사물 인터넷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이 기술로 스타벅스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커피에 관한 실시간 데이터가 모이고 분석되어 개인별, 지역별, 계절별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가 정교해진다. 이와 더불어 스타벅스는 판매 시점 정보 관리(POS: Point of Sales) 시스템을 포함한 디지털 시스템을 파트너사에 솔루션으로 제공함으로써 생태계 확장과 상생을 도모한다. 그렇기에 스타벅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단순히 기술 혁신이라기보단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형태로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맹명관 2021).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가 고객 경험 강화로 효과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스타벅스는 디지털 플라이휠 전략을 활용한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리테일 회사가 이기려면 그 회사의 매장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지여야 합니다.” - 하워드 슐츠. 2017 주주 컨퍼런스콜
*잠시 플라이휠 전략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플라이휠이란 엔진의 회전운동을 만들어주는 장치로 기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바퀴를 회전축에 추가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즉 기계 전체의 동작을 위해 이용되는 핵심 부품 중 하나인데 이를 경영상에 접목해 플라이휠 전략이라고 부른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고안해내어 유명해진 플라이휠 전략은 비즈니스의 다양한 항목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한쪽의 힘이 다른 쪽으로 전달되며 전체적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지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Starbucks digital flywheel, Starbucks>
스타벅스의 디지털 플라이휠은 주문(Ordering), 결제(Payment), 보상(Reward), 개인화(Personalization) 4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주문
스타벅스 주문의 핵심 기능은 ‘사이렌오더(Siren Order)’와 ‘My DT Pass’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개발하여 전체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은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 앱을 통한 모바일 주문과 결제 서비스이다. 매장 방문 전 선결제가 가능하기에 혼잡한 시간대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되며 다양한 세부 조건을 바리스타에게 직접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아도 된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조합 수가 50만 개를 넘어갈 만큼 개인 맞춤 주문 경우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편하게 직접 옵션을 변경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는 간편하고 효율적인 주문이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글로벌 론칭 이후 빅데이터를 통한 추천 기능과 음성 주문 서비스 등이 도입되며 사이렌오더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사이렌 오더의 주문 누적 건수는 2021년 5월 2억 건을 돌파하였으며 현재 전체 주문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경우의 수>
사이렌 오더와 연결되는 서비스로 콜마이네임 제도가 있다.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이 진동벨을 사용하는 데 비해 스타벅스는 여전히 주문자를 직접 불러서 준비 완료를 알린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스타벅스코리아가 고안해낸 또 다른 서비스가 바로 콜마이네임 제도이다. 사이렌오더를 통해 주문한, 즉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한 고객의 경우 앱에 등록된 자신의 닉네임으로 고객을 불러 음료 준비 완료를 알린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에 감성적 소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현상에서 유용하게 쓰였을 뿐 아니라 고객들이 닉네임을 등록하게 하여 스타벅스 회원 수 또한 증가시킬 수 있었다.
2018년 6월 출시된 ‘My DT Pass’ 서비스는 차량 정보를 등록해두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별도 결제 과정 없이 자동결제가 가능한 서비스이다. 기존 드라이브 스루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이 서비스로 주문-픽 평균소요시간을 약 40% 감소시킬 수 있었다. 존슨 전 CEO는 영국 FT 인터뷰에서 “스타벅스의 디지털화는 구매 및 판매 영역에서 비효율을 최소화해 바리스타와 고객이 서로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게 했고, 모두에게 더 많은 자유를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결제
결제의 핵심은 ‘스타벅스 페이’이다. 스타벅스 주 결제 수단 스타벅스 카드는 스타벅스 앱과 연동된다. 고객들은 이 스타벅스 카드에 미리 선불금을 넣어두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간편결제에 이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요식 업체 중 글로벌 스케일로 온라인 주문과 결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으로 스타벅스 결제 시스템은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페이, 삼성페이보다 더 많이 사용되었다. 스타벅스 카드에 예치된 금액은 2020년 기준 무려 1,801억 원에 달한다. 카카오페이가 3,000억대, 토스가 1,158억 원, 네이버페이가 576억 원의 선불충전금을 보유한다는 점과 비교해보았을 때 엄청나게 큰 수치이다. 2016년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가 진행한 시장조사에서 미국 스타벅스 예치 금액이 12억 달러(1조 4,2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의 미국 내 모바일 주문 비율이 2017년 1분기 8%에서 2020년 3분기 24%로 3배가 됐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예치 금액 또한 12억 달러 규모보다 훨씬 커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스타벅스는 정확한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형 핀테크 회사로 볼만한 이 수치로 스타벅스는 금융권의 견제를 받기도 한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화한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회사가 아닌 은행의 경쟁 상대"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을 보여주듯 2017년 스타벅스는 핀테크 혁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금융감독원 창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구글, 삼성전자, MS와 함께 기업 연사로 초대되었다.
보상
보상의 핵심은 지속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이다. 스타벅스 페이의 활성화를 위해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구매하면 별 한 개를 제공한다. 이 별을 12개 모았을 때 무료 음료 쿠폰이 증정된다. 이외에도 스타벅스 카드 사용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이 로열티 프로그램이 ‘스타벅스 리워드(Starbucks Rewards)’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수는 8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인구 10명당 1.6명이 가입한 것이다. 2011년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 시기 언택트 소비의 확산으로 시간당 평균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기도 하였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페이 및 모바일앱의 활성화를 위해 일반적으로 여름과 겨울시즌 연 2회 e-Frequency 이벤트를 진행한다. 음료 한 잔을 시킬 때마다 e-스티커가 발급되는데 e-스티커 적립 행사 기간 안에 스티커를 15~17장 모으면 해당 시즌 굿즈로 교환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메인 키워드 중 하나가 굿즈일 만큼 스타벅스 굿즈는 유명하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굿즈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이 열풍은 실존하며 강력하다. 특히 스타벅스의 한정판 굿즈는 존재 자체로 희소성과 충성도로 연결된다. 이것을 구매했을 때 느끼는 소확행과 스몰럭셔리는 특히 MZ 세대에 큰 어필이 되었다(맹명관 2021). e-Frequency 이벤트 굿즈 전체물량이 20분 만에 완판되었다는 소식도 종종 들어볼 수 있다. 폭발적인 반응을 받는 만큼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를 받기 위해 여의도 한 매장에서 고객이 300잔을 주문하고 사은품과 음료 한잔만을 챙겨간다거나 사은의 의미로 제공되는 굿즈가 리셀러들의 매매행위로 이어지는 정상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굿즈가 소비되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입장에선 굿즈에 고객이 습관적으로 열광하는 모습과 더 비싼 프리미엄이 붙는 현상을 통해 충성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스타벅스는 물질적 보상뿐만 아니라 심리적 보상도 충분히 만족시켜주며 고객 락인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개인화
“오늘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재미있는 밈 Meme 중 하나인 이 말은 인공지능(AI)이 얼마나 정확하게 우리의 취향을 분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개개인의 취향과 행동을 예측하여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새로운 IT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스타벅스도 개인에게 최적화된 추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타벅스는 1,700만 명이 넘는 로열티 멤버들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40만 가지가 넘는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데이터 속엔 고객의 주문 정보부터 거주 지역, 시간, 날씨 등 부가적인 정보까지 세세하게 고객별로 정리되어 있다(박설민, 2022).
스타벅스 모바일 앱은 추천 서비스와 더불어 나만의 메뉴, 자주 가능 매장의 인기 메뉴 등 다양한 개인화 기능을 제공하며 이런 개인화 서비스가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하였다.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열면 나의 닉네임과 누적 별 개수, 추천메뉴가 첫눈에, 그리고 한눈에 보인다.
즐겨 먹는 메뉴 추천과 다음 등급까지 남은 별 개수는 주문 동기를 강화하고 보상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도 한다. 또한 스타벅스가 내 닉네임에 대해 건네는 한마디가 가장 위에 고정됨으로써 스타벅스에 대한 충성도를 향상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앱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도 개개인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보통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스타벅스는 여전히 주문자를 직접 불러서 이를 알린다. 여기에는 고객을 부르면서 한 번 더 눈을 마주치며 소통함으로써 바리스타와 고객과의 관계를 놓치지 않고자 하는 스타벅스의 경영이념이 담겨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스타벅스의 전환을 옴니채널 유통의 성공사례로 뽑는다. 옴니채널(omni-channel)은 유통기업에서 사용되는 채널로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스타벅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주문과 결제, 혜택 적립, 상품권 구매와 선물이 모두 가능하며 식음료와 상품권 외에도 다양한 굿즈 상품들을 판매한다. 맥킨지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스타벅스가 더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면서 스타벅스 브랜드가 고객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맺음말
스타벅스는 어떤 기업보다 공간을 잘 활용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시작은 오프라인 공간이었다. 차원의 시작과 함께 그들은 빠르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적응하고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경영자는 혁신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혁신은 고객 창출이다. 이 근본적인 믿음과 방향성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례 중 하나에 단연코 스타벅스가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타벅스를 알면 알수록 굳건한 심장과 재빠른 발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핵심 가치는 언제나 고객 경험 강화이다. 스타벅스는 우직하게 그들의 근본적인 신념을 소비자와 닿는 모든 곳에 투영시킨다. 그들은 단순히 거래장소에 불가했던 매장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선도하였고 혁신이 창출하는 가치는 고객에게 집중되었다. 기업의 명확한 신념이 느껴지고 이에 대해 상호작용할 때 고객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열정적인 팬이 된다. 하지만 그들이 그 신념을 달성하는 방법은 절대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다. 누구보다 재빠르게 시장의 변화를 캐치하여 그들의 최종목표를 위해 유연하게 활용하였기에 그들은 안정적인 소비자 기반을 지키면서도 시장의 압도적 1위가 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은 디지털 공간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에 주목한다. 새로운 차원이 가져오는 무한한 가능성을 스타벅스는 어떻게 스타벅스답게 만들어 나갈지 기대된다.
스타벅스는 시대 흐름에 따라 무한하게 확장하여 고객가치 창출의 혁신을 이루어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 만큼 이 브랜드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은 시대의 흐름과 경영에 관한 깊은 통찰을 위해 사용해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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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커피
[그림 2] 스타벅스 매장
[그림 3] Amazon flywheel, Medium
[그림 4] Starbucks digital flywheel
[그림 5]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경우의 수
[그림 6] 스타벅스 모바일 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