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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미 Nov 07. 2024

대만의 특별한 맛, 객가(客家) 요리

대만의 다양한 민족과 맛

안녕하세요, <대만에 먹으러 왔습니다>의 끼미입니다^^


오늘은 대만의 특별한 민족 요리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대만에는 원주민을 비롯해 중국에서 건너온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만인들이 유달리 이 민족의 요리를 좋아해요.

바로 객가인(客家人), 영어로는 하카(Hakka)족이라고 불리는 민족입니다.


그럼 대만인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객가인의 특색 있는 요리 맛보러 떠나보실까요?^_^





객가인(客家人)이란?


객가인(客家人)은 중국에서 건너온 한족(漢族)으로, 현재 대만 인구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민족이에요.

이들은 원래 중국의 북부 지방에 살던 민족이었으나 전쟁 등으로 인해 점점 남쪽으로 거주지를 옮겼고,

18세기 초 중국에서 바다를 건너와 대만에 정착하기 시작했어요.


대만에서 객가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대만 중부에 위치한 신주(新竹)현과 먀오리(苗慄)현으로,

해당 지역 주민의 3분의 2가 객가인이라고 합니다.

대만 내 인구 비율은 적은 편이지만 대만 곳곳에서 객가인들의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한정식 전문 식당처럼 고급 분위기를 풍기는 객가 음식점이 많답니다.



대만이 사랑하는 객가 요리


대만에서는 객가인들의 요리를 '객가채(客家菜, 크어찌아차이)'라고 불러요.

객가 요리는 정말정말 다양한데 그중에서 제가 직접 먹어본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客家小炒(객가 볶음 요리)

요리 이름부터 ‘객가(客家)’가 들어가는 이 볶음 요리는 대만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객가 요리예요.

삼겹살과 건두부(豆乾), 말린 오징어, 샐러리, 파 등의 재료에 간장을 넣고 볶은 것으로,

특히 말린 오징어의 오독오독한 식감이 재밌는 요리예요.

客家小炒는 대만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객가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대만 술집인 러차오(熱炒)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밥 반찬이자 훌륭한 술 안주랍니다.



客家炒粄條(객가 볶음쌀국수)

객가 볶음쌀국수(客家炒粄條) 역시 객가를 대표하는 요리로,

대만인이 사랑하는 객가 요리 2위에 해당하는 아주 인기 있는 음식이에요.


쌀가루에 약간의 옥수수 전분 또는 고구마 전분을 넣어 쫄깃한 국수에

돼지고기와 부추, 숙주 등의 재료를 넣고 볶은 것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한 맛과 부드럽게 넘어가는 국수의 식감이 좋아요.

간과 향이 약해서 태국 또는 베트남 볶음면보다 쌀로 만든 면 자체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어요.



鹹豬肉(짭짤한 돼지고기)

오랫동안 객지 생활을 한 객가인들은 돼지고기를 오래 둬도 상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여서 보관했고

또한 객가인들은 노동을 하면서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에 이 같은 짠맛이 강한 요리를 많이 만들어 먹었대요.


이 짭짤한 돼지고기(鹹豬肉) 역시 삼겹살을 소금과 향신료에 재운 뒤 구운 것으로,

짠맛이 훅 들어오면서 바삭바삭한 껍질, 육즙을 그대로 머금고 있어 촉촉하고 기름진 속살이 특징이에요.

생각보다 제법 짜기 때문에 아주 얇게 썬 고기에 짠맛을 중화해 줄 양파와 파 등의 생야채를 곁들이고

식초와 다진 마늘을 넣은 양념장에 찍어먹거나 레몬을 뿌려 상큼한 맛을 더하기도 해요.


저는 밥 없이 먹었더니 아주 강력한 소금 맛에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었는데^^;

독특한 향신료의 향과 맛, 불에 그을린 향이 나서 우리나라의 삼겹살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맛있게 먹었어요.



鹹湯圓(짭짤한 탕위안)

객가인의 짭짤한 탕위안(鹹湯圓)은 찹쌀가루로 만든 떡을 짭짤한 국물에 넣어 먹는 요리예요.

대만의 일반적인 탕위안은 팥국물이나 빙수 등에 곁들여 달콤하게 즐기는 반면,

객가인의 이 탕위안은 짭쪼름한 국물과 함께 한 끼 식사로 즐긴다는 게 독특한 음식이에요.

짭짤한 탕위안은 지역에 따라서도 즐기는 방법이 다른데

북쪽에서는 속이 들지 않은 작은 떡을, 남쪽에서는 돼지고기를 가득 넣은 커다란 떡을 넣어 먹는다고 합니다.


제가 먹었던 탕위안에는 쫀득한 찹쌀피 안에 간장 맛의 짭짤한 돼지고기가 들어있었고

국물은 맑은 어묵탕과 비슷하게 깔끔하면서도 보통 샐러리를 넣어 특유의 향긋함이 느껴졌어요.


짭짤한 탕위안은 '鮮肉湯圓(신선한 고기 탕위안)'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위 사진 속의 탕위안은 미슐랭 빕구르망에 4년 연속 등재됐었을 만큼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탕위안이에요.

흑돼지로 만든 속은 육즙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촉촉하고, 겉의 떡 부분도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좋아요.


施家鮮肉湯圓 (타이베이에 위치)




객가인의 맛있는 디저트


客家麻糬(객가 찹쌀떡)

제가 제일 사랑하는 객가 요리, 객가 찹쌀떡(客家麻糬)입니다!

대만의 붕어빵인 홍또우삥 만큼이나 정말 많이, 자주 사 먹은 디저트가 바로 이 객가 찹쌀떡인데요,

겉에 땅콩 가루가 한가득 붙어 있어 극강의 고소함을 자랑하는 떡이에요.


이름은 찹쌀떡이지만 우리나라의 찹쌀떡과는 조금 다른데,

식감이 쫀득하기보다는 흐물흐물하고 물컹한 느낌이고 맛도 쌀 맛이 약하고 조금 맹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이 찹쌀떡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다양한 속재료에 있어요.

팥을 비롯해서 흑임자와 타로, 녹두, 땅콩, 코코넛 등의 재료가 한가득 들어 있는데

겉 부분의 떡보다는 이 속재료의 맛으로 먹는 떡이라고 할 수 있어요.


타이베이에 이 객가 찹쌀떡으로 정말 유명한 노점상이 있는데, 갈 때마다 줄 서 있는 현지인들로 가득해요.

이곳은 이 사진처럼 떡을 만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손님이 원하는 맛을 말하면 즉석에서 바로 담아주어서 여러 가지 맛을 모두 먹을 수 있는 곳이에요.


不老客家傳統麻糬 (타이베이에 위치)



擂茶(레이차)

각종 견과류와 곡물, 그리고 찻잎을 갈아서 만든 가루를 뜨거운 물에 타마시는 음료로,

우리나라의 미숫가루와 비슷하지만 은은한 차 향과 견과류 맛이 나는 곡물 차(茶)에요.


따뜻하게도, 시원하게도 먹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게 좀 더 구수한 맛이 잘 느껴져서 좋았어요.


신주(新竹)의 베이푸(北埔) 라오지에(老街)라는 옛 거리에 가면 레이차를 파는 가게들이 정말 많아요.

가게끼리 경쟁이 치열해서 따뜻한 레이차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

레이차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어서 대만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예요.


베이푸 라오지에(北埔老街)



客家菜包(객가 채소 떡)

쌀가루 반죽 안에 말린 무채로 만든 속을 넣어 찐 떡이에요.

앞서 소개해 드린 찹쌀떡과는 달리 살짝 짭조름한 무채가 들어있어 밥을 먹는 것 같은 이 떡은

겉의 떡에 쑥이나 호박 등을 넣은 것도 있어서 다양한 색과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이 떡 역시 레이차를 많이 파는 베이푸 라오지에에 가면 많은 가게에서 팔고 있는데,

그곳이 아니더라도 대만의 아침 시장에 가면 이 떡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지금까지 대만의 특별한 민족, 객가인들의 요리를 살펴보았어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널리 알려진 요리는 아니지만

대만 사람들이 특별한 날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자주 먹는 객가 요리이니

대만에서 객가 요리를 드셔보시면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_^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https://www.foodnext.net/life/culture/paper/5470493881

https://www.foodnext.net/life/recipes/dinner/paper/5470877681

https://hakkanews.tw/2022/11/03/the-number-of-hakka-hakka-population-numbers-depends-on-the-top-10-in-3-districts-in-new-taipei-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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