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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미 Aug 18. 2024

여름날 아침의 요가 스트레칭

철없는 사람의 철없는 생각

(자유 글쓰기#64)

2024.08.18 일 오전 10시 44분



15분을 두 번 하면 30분이 된다


스트레칭을 해야겠는데 몸 상태가 별로였다. 30분은 길 것 같아 15분짜리 영상 하나를 따라했다. 생각보다 금방 끝나버렸다. 몸이 덜 풀린 느낌이어서 다른 15분짜리 영상 하나를 더 했다. 지겨워지기 전에 딱 끝났다. 결국 30분이나(!) 했지만 전혀 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30분이 너무 힘들거나 지겨워서 못할 것 같으면 일단 15분만 해보자. 15분 하고 잠깐 숨고르고 다시 15분 하면 된다. 연달아 30분 하나 15분씩 나눠서 두 번 하나 결국 30분 했다는 건 똑같다. 뭐, 힘들면 15분만 해도 된다. 뭐든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훨씬 낫다.




더워야 여름이다

목 부러져도 열일 중인 8살 선풍기

선풍기 목이 부러졌다. 새로 사려고 했으나 뭘 살지 찾아보기도 귀찮아서(심각한 선택장애 보유) 바닥에 눕힌 채로 쓰고 있다. 목이 부러진 거지 날개가 부러진 건 아니기에 바람은 잘 나온다. 

아침 새벽에 한 방향으로만 선풍기 바람을 내내 쐬었더니 몸에 안 좋은 찬기가 느껴졌다. 몇 시간째 고생하는 선풍기 모터도 잠시 쉬게 해줄 겸 선풍기를 끄고 스트레칭을 했다. 에어컨도 안 틀고 그냥. 

확실히 요 며칠새 더위가 살짝 가시긴 했지만 그래도 덥긴 더웠다. 몸을 움직이다 보니 안에서 열이 살짝 올라왔고 후덥지근에서 '후덥' 정도의 더운 공기가 느껴졌다.


'아, 이래야 여름이지.'


나는 여름이 더워서 좋다. 여름의 뜨거운 공기는 '지금'을 감각하게 해준다. 죽을 것 같은 더위는 '살고 싶다'는 생의 의지를 다지게 한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팔에 오소소 소름 돋을 만큼의 시원함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에어컨 있는 방에서 나왔을 때 훅 끼치는 더운 공기를 마주하는 순간도 못지않게 짜릿하다.

여름은 더워야 한다. 더워야 진정한 여름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북태평양 기단의 고온 다습한 공기를 실컷 느껴둬야겠다. 곧 시베리아 대륙에서 찬 기운이 내려오면 따뜻함을 넘은 이 뜨끈함이 그리워질 테니까.




하다 보면 다리를 찢을 수 있다


우파비스타 코나 아사나 (출처: https://www.yogaclassplan.com/)

방구석 요가를 한 지 5년째. 내 요가 선생님은 유튜브의 '요가소년'님과 '서리요가'님이다. 아직 요가원 한 번 가본 적 없지만 혼자서라도 수련하고 있다. 혼자 하기에 부상이 무서워 머리서기 같은 고난도의 동작은 아직 못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터득한 자세가 있다. 바로 다리 찢기 자세(사마코나 아사나)다. 다만 가로로만 가능하다. 앞뒤로 찢는 하누만 아사나는 아직 궁둥이가 살짝 공중에 떠 있다.

아무튼 방구석에서나마 꾸준히 수련하다 보니 평생 안 될 것 같던 180도 다리 찢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그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턱과 배를 바닥에 딱 갖다붙이는 자세(우파비스타 코나 아사나)까지 가능하다! 90도로 벌리는 것도 겨우 가능하던 나에겐 기적 같은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됐다. 사실 갑자기라고는 하지만 꾸준히 수련해온 덕분이겠지?

고관절이 닫혀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다리를 확 찢는 건 불가능하다. 근육만 찢어질 뿐이다. 하지만 90도부터 시작해서 딱 1cm씩만 더 벌려가다 보면 90도가 120도가 되고, 120도가 150도가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내 두 다리가 180도로 쫘악 열리는 기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하누만 아사나도 그렇게 완성시켜 나가봐야겠다.

꿈의 포즈인 하누만 아사나 (출처: https://insideyog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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