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터지는 아리산(阿里山) 트레킹

대만 워홀 생활기 시즌4#25

by 끼미


“헐, 이거 봐요, 언니! 얘 엄청 빵빵해졌어요!”

“우와, 이러다가 빵 터지는 거 아니에요?”

“그럼 어쩔 수 없이 먹어야죠. 제 최애 과자.”

“아 롱롱 진짜 너무 웃겨.”


아리산(阿里山)행 버스에 탑승한 지 한 시간째, 간식으로 챙겨 온 꾸아이꾸아이(乖乖) 봉지가 부풀어 올랐다. 손도 안 댔는데 저절로. 낮아진 기압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신기했다. 누가 요술이라도 부린 걸까.


현실 같지 않은 건 과자뿐만이 아니었다. 내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바로 전(前) 옆방 언니라는 사실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가오슝에 있어야 할 언니가 지금 나랑 아리산에 가고 있다니.


이거 꿈인가?


아리산 가는 길에 빵빵해진 과자와 차밭


아리산도 식후경. 따끈한 우육면과 바삭한 딴삥(蛋餅)을 사이좋게 나눠 먹은 우리는 본격적인 트래킹에 돌입했다. 그 유명한 빨간 기차 타고 도착한 트래킹 코스의 시작점. 아리산이 대만 최고의 산이라더니 확실히 공기부터 달랐다.


양쪽 콧구멍 가득 맑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쉬며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리 키의 족히 열 배는 넘어 보이는 기다란 나무들과 그를 뒤덮은 진녹색 이끼들, 멀리서 아득히 들려오는 새소리. 정말 꿈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왜 대만 사람들이 아리산, 아리산 하는지 알겠다며 언니와 감탄하면서 걸었다. 그러나 몇 그루의 나무들을 더 지나쳤을 때, 코코넛 과자처럼 달콤했던 꿈이 쌉싸름한 다크 초콜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신비로움 가득한 아리산의 숲


“롱롱, 미안한데 얼른 일 하나만 할게요. 나 신경 쓰지 말고 구경해요.”

“괜찮아요, 언니. 천천히 하세요.”


처음엔 괜찮았다. 솔직히 나중에 하면 안 되나 싶었지만 금방 끝난다니까 기다렸다. 하지만 점점 괜찮지 않아 졌다. 휴대폰 보며 천천히 걷는 언니를 계속 기다리기엔 내 인내심은 많지 않았고, 언니 두고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눈치가 보였다.


언니 속도에 맞춰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걷고 있는데, 답답한 마음속에서 삐딱한 가시가 자라났다.


‘그냥 혼자 올 걸. 제대로 구경도 못 하고 이게 뭐야. 아니지, 이러면 안 되지. 나 때문에 가오슝에서 여기까지 온 언니한테 고마워는 못할망정, 겨우 이런 걸로 삐지기나 하고. 이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야, 이 쫌생아.’


그렇게 숲 속을 한참 걸었다. 구시렁거리는 생각을 다스리며, 언니와 몇 걸음 떨어져서. 함께이지만 따로인 우리 사이로 아리산의 축축한 바람이 지나갔다.


마스크 뒤에서 삐죽거리던 입술은 일 끝난 언니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면서 진정됐다. 언니는 오래 걸려서 미안하다고 말했고, 나는 덕분에 상쾌한 공기 많이 마셨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숲 속을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서늘한 공기가 조금씩 따뜻해졌다.




“롱롱도 거기 서봐요. 오, 완전 모델이다 모델!”

“하하, 잘 나와요? 으아, 어색해요!”


한 시간 반의 트레킹을 마치고 숲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파란 하늘과 초록 숲 앞에 섰다. 폰 방향을 요리조리 바꿔가며 열심히 내 사진을 찍어주는 언니. 그 모습을 보니 살짝 남아 있던 서운함의 잔해들이 스르르 사라졌다. 천만다행이었다. 아까 숲 속에서 언니에게 짜증 내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


‘아리산(阿里山)’ 글자 앞에서도 기념사진을 남긴 후 편의점에 들렀다. 고된 산행, 아니 수행 후엔 역시 당을 보충해야 했다. 대만의 여느 편의점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부. 그러나 그곳엔 꿈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언니, 여기 과자도 빵빵해요!”

“롱롱, 이것도 터질라 그래요. 너무 귀여워.”


냉큼 언니 곁으로 달려가 빵빵한 빵 봉지를 톡톡 건드려 봤다. “진짜 빵 터지겠는데” 하면서 언니와 마주 보며 웃었다. 오늘 아침 버스 안에서처럼.


언니가 찍어준 아리산에서의 나
아리산 편의점의 귀여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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