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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In Sep 24. 2024

오렌지 꿈

서서히 꿈으로 물들어가는 삶 속에서

주황빛 노을이

나와 함께 퇴근길 위로

차분히 내려앉는다


노을처럼 일렁이는 마음

자박자박 누르며 걷고 또 걷는다

온종일 날 기다려주었을 집을 향해-


현관을 열고

신발장에 한 발만 내디딘 채

슬며시 둘러본 거실


벌써 어둠이 여러 겹 쌓여있다


짙은 어둠 위 몇 걸음 지나

욕조 앞에 멈춘다


하루 동안 쌓인

낯선 나의 모습

꽤나 묵직하다


똑똑 떨어지는 시간들

매끄럽고 차가운 욕조에 부딪히고는

모두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


나의 시간

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궁금함에

욕조 앞에서 무릎 꿇는다


흘러가는 시간

모여드는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니

까만 점 보인다


점 안엔

깜빡거리는 주황빛

작은 불씨 보인다


‘내게 꿈이 있다면

저 불씨처럼

주황색일 거야-‘


하루의

온 시간이

현실 위로

똑똑

떨어진다


수많은 시간

모여

꿈이 된다


꿈은 언젠가 욕조에서 넘쳐 나와

나의 집을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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