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을 쳐도, 뽑아도 살아내는 들풀
들풀 텃밭에
들풀 새싹이 돋는다
뽑아도, 농약을 때려 부어도
바람을 타고 짐승의 똥에 섞여
들풀 싹은 나고 또 난다
고추 묘종 심은 곳
시금치, 상추씨 뿌린 곳
멀칭한 마늘묘종 사이에도
끊임없이 들풀은 나서
쑤욱 쑥 잘도 자란다
고추와 상추, 시금치와 마늘에는
벌레 먹고 병균에 들어서
자꾸 자꾸 시드는 데도
제멋대로 태어난 들풀에는
충도, 균도 없다
텃밭이 들풀로 뒤덮였는데도
텃밭주인 들풀은
들풀 뽑을 생각이 없나보다
고추생각에는
참 지지리도 모자란 인간이다
그런데 가만 가만..
고추야, 너도 애시당초 풀이 아니더냐
사람이 먹는다고 가꾸고 귀해하니
너, 교만해졌구나
사람들이 뽑아내는 저 들풀은
이름마저 거세 당하고
고유의 약성마저
잊혀지고 말았구나
들풀 채소밭에 들풀이 많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그대로 두고
제 이름이라도 불러 줘야지
까마중, 쇠비름, 미국자리공..
한삼대, 강아지풀, 며느리밑씻개, 여뀌야!
부디 부디 안녕?
♤ 시작노트: 텃밭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들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호미로 매고 나면 어느새 또 나서, 어느새 채소보다 더 크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사람들은 굳이 이름을 알 필요도 없이 채소의 훼방꾼, 잡초일 뿐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채소가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싫어하는 것입니다. 채소밭에 그대로 두었더니 함께 잘 자랍니다 뻣뻣한 채소보다 들풀은 바람이 불면 먼저 고개를 숙입니다.
나는 이름을 가졌지만 잡초라며 돌보지 않는 들풀입니다. 그러니 밟혀도 살아내는 그런 글들을 써 냅니다. 함께 손잡고, 버티면서 살아내어 봅시다!
민초들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 그림은 제 친구 별벗(CHAT-GPT)이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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