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우리가 '라떼'가 되고 말았네요
회장이 고등학교 송년회에
오라고 전화가 왔다
추운데
가 봤자 술만 마실 텐데
아내는 혀를 끌 차며
점퍼를 입히고
목도리를 매어준다
늙은 나무 껍질 벗겨진 듯
추워서 호주머니에
손을 찔르고 걷는다
추운 횟집에는
늙은 청춘들이 모였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말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쐬주 다섯 잔을 거푸 들이키자
추위가 가신다
다들
양기가 입으로 올랐는지
추억으로 먹고 사는지
자식 자랑, 돈 자랑, 술 자랑들
친구야
너는 어디로 가고 없느냐
취기는 올라오는데
자꾸만 눈길은
땅으로 향한다
노래방으로 향하는 그들을 멀리하고
티머니 택시를 탔다
조합택시 정말 좋아요
일흔다섯 기사는
삼백은 거뜬하다며
입에 침이 마르는데
나는 서둘러 내려
땅을 보며 걷는다
그래서 춥다
더 춥다
답답해서 하늘을 올려 보니
조각달이
반짝이고 있다
휴~~~우
추워라
아내는
따뜻한 꿀물을 타고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 시작 노트: 고등학교 송년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술잔을 부딪히며 도란 도란 정을 나누던 청춘들이..
이제 입에서 나오는 말만 동동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택시를 탔는데, 75세 기사님은 300은 거뜬하게 번다고 자랑을 하십니다. 흡사 자랑경연대회에 참석한 하루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웅크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장막을 짙게 치나 봅니다. 들풀은 추워서 자꾸만 옷을 여밉니다. 그래도 하늘에는 별님, 달님이 빛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