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妄
늘 잔잔하던 바다는,
내 마음에 요동치며 물결이 흘러가고 있었고.
바다가 스쳐갔다.
하루에 스며들지 못하는 내게, 나지막이 인사를 건넸다.
밝게 터지는 불꽃을 보려 찾았던 지난날의 바다.
시원한 물살에 웃음보이던 한여름의 바다.
혼자 남은 날에 혼자이기 싫어 찾았던 겨울의 바다.
너와 행복을 추구하며 향했던 너를 위한 바다.
너를 회상하며 찾았던 추억의 바다.
가엾은 일상이 서서히 부서져가는 동안 떠났던 도피처의 바다.
날 토닥여주던 잔잔한 바다의 파동.
흔들리지 않던 여느 때의 바다는,
오늘 요동치며 나를 바라봤다.
결코 바다도 고요 속을 헤엄치는 결이 아니었던 듯,
늘 잔잔하지만은 않은 그 삶처럼.
평화로운 물결 속에도 예기치 않은 바람이 불고,
때론 큰 파도가 일어 마음을 흔들어놓듯.
기억 속 떠오른 바다는,
파도가 밀려와도 머무르지 않고
바람은 불어도 지나간다고.
그렇게 흔들리고 부딪히면서도,
어느새 자신의 결을 찾아 흘러가고 있다고.
내가 미망한 바다는,
오늘도 나를 토닥여주며.
파란을 담은 생을 끝까지 미워하지는 말라는 듯,
오늘도 내 옆에서 평안한 물결의 선율을 그려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