純粹
어린아이가 그리웠다,
이제 나는 큰 소리로 울 수도, 싫은 일을 싫다고 말하지도 못하며. 괴로움을 삼켜낼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잘 참아왔는데, 허무맹랑한 일상 사이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늘 잘 해내는 아이였는데, 더 이상은 해내지 못하는 내가 한심한가.
나 잘난 줄 알고 살던 아이였는데, 결코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던 한낱 평범한 내가 미운가.
참아온 모든 일의 결실이 겨우 이 정도라는 게 허무한가.
오래간만에 하염없이 뺨을 적시는 눈물이 나를 조여왔다. 울부짖으며 어린아이처럼 울고 털어버릴까 싶었는데, 왜인지 소리 내지 않고,
아니. 소리 내지 못하고.
숨죽여 눈물을 삼켜내는 내가 있었다.
답답해, 털어버린다는 건 할 수 없었다.
괴로워, 옥죄어오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사그라드는 기분,
늘 나한테 걸던 최면이 있었다.
이것까지만, 오늘까지만, 한 번만 더
노력해 보면.
행복해질 거라고.
나, 웃을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가의 내가 동경했던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쁘게.
결국 불가능한 거였잖아.
난 이미 순수한 나를 잃었고, 고통에 찢어지는 사이에 버티는 나밖에 없는 거잖아.
결국 나는 혼자고,
이룬 건 없잖아.
뭘 위해 살았는데?
나도 모르겠어.
머릿속에 투박한 고동소리가 울려 퍼지듯.
퉁명한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듯.
이제는 다 포기해 버린 듯 무거운 짐을 모두 메고 떠나려는 것처럼.
정말, 결심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