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忘
신경 쓰지 않으려 했는데,
나를 잊어가는 이가 생길 때마다
시간의 흐름이 나를 스쳐가 아려오는 것만 같았다.
휴대폰을 바꾸면서 지워진 너와의 채팅 기록을 복구하지 않았다.
채팅창에 가장 위쪽에 있던 너의 이름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연락처에 저장만 되어있을 뿐, 최근 기록에도 너의 이름이 없었다.
나름 잘 너를 지워가고 있는 듯했다.
기억도, 시간도, 기록도, 미련도.
별 거 아니었다, 별 거 아니었지.
그래, 이렇게 쉽게 잊을 수 있었던 거야.
어느 날, 우연히 본 너의 프로필 화면에선 내 이름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냥 내가 완전히 사라졌다.
잊히고 있었다.
누군가에게서 내 존재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허전하다 느끼길, 마치 매일 보던 풍경에 무언가 빠진 것처럼.
어색했다,
해맑게 웃는 나와 그런 나를 귀엽게 바라보던 너.
그 사진이 늘 너의 프로필화면이었는데, 어느새 나는 없던 사람인 것도 같았다.
분명히, 나도 널 잊었으니
네가 날 잊는 건 당연한데.
분명히, 신경도 안쓸 것 같았는데.
너를 잊지 못했었나,
아닌데.
너의 존재가 흐려졌는데,
내 삶에서 서서히 옅어져 갔는데.
아직도 너와의 추억을 미망했다.
그 추억은 지난 시간을 불러왔고,
시간은 미련을 이끌었다.
퍼지고 퍼져가며, 너를 미망하고 있었다.
잊었었는데.
잊혀지기 싫다는 건,
내가 못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도 나는 너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