遺書
언젠가
내 유서의 한 부분이 될
초조한 촛불처럼, 곧 불씨가 꺼질 것만 같은데.
마음먹고 옥상에 올라간 적이 있다.
가족에게 연락을 남기고 난간을 붙잡았다.
여기서부턴 이제는 그저 흔한 이야기, 떠난다는 게 무서웠다.
더 이상 초라해지기 싫은데.
더는 비참해지고 싶지도 않고.
안 힘든 사람이 없다는 말 그만 듣고 싶은데,
언젠가부터 내가 나에게 되뇌이며.
내가 나를 무시했다, 내 힘듦도 슬픔도 우울도.
나도 모르는 나를 누가 알아주겠어.
누가 알아줄 수 있겠어.
그럴 수 없는 거였다.
그럴 리 없었으니까, 당연히 혼자였겠지.
그리고 당연히 혼자가 아닌 것처럼 보였겠지.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내 연락은 답장은 커녕 읽지도 않은 채 남겨졌다. 집에 들어오니 자고 있는 듯 불이 꺼져있었다.
폰을 가져다가, 내가 보냈던 마지막 인사를 직접 지웠다.
씁쓸했나.
겨우 초라하지 않길 바라며 돌아왔는데
벌써 내 모습은 비참했다.
뛰어내렸으면, 지금쯤 조금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나아지지 않는 날 지금까지 데리고 살면서.
괴롭기까지 했다.
내가 쓴 유서를 몇 번이고 내 손으로 지우고 찢고 버리고 다시 쓴다.
여전히 불안하다.
어리석은 모습이 너무 싫다.
답답하고, 막연하고, 허망하다.
이런 단어들로는 표현할 수 없더라.
초는 남았는데 왜 불씨는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지.
살려줘.
나 힘들어.
도와줘.
나 죽기 싫어.
그냥,
너무 버거워.
누구를 향한 애달픈 소리인지,
숨겨왔던 비탄을 드러내기만 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