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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不幸

by 서율


웃는 날이 많아질수록 불안해져서

그럴 때마다 항상 불행을 찾아갔어.




짙은 새벽에 넌 집을 나서려는 내 손목을 잡았어. 밤을 지새우며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던 걸까. 차마 너에게 비참한 얼굴을 보여줄 수는 없어서 고개를 들지는 못했어.

잡힌 손을 놓으려고 해 봤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더라.

"옥상 갈 거면 나가지 마."

정적 끝에 넌 내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어. 저번에 내가 난간에 앉아있는 모습을 봤대. 어떤 말도 못 해주고, 차마 힘내라고도 아니면 괜찮다고도. 그냥 등을 돌려서 너무 괴로웠다면서. 나를 다시 못보고, 그날 내가 서럽게 우는 모습이 마지막일까봐.


분명히 그날은 엄청 즐거운 하루를 보냈더라. 온종일 맘 편히 웃을 만큼. 눈치 보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그리고 집에 들어오니까 적막이 날 휘감았어.

너무 고요해서 곧 이런 적막에 날 버려두고 모두가 떠나가는 날이 올 것 같았어.

처음 옥상에 가봤어.

잠겨있는 줄 알았는데, 문이 열리더라고. 쌀쌀한 바람 소리와 도로에 차 다니는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맞닿는 소리까지. 잘 어우러져 들리니까 고요에서 오는 싸늘함이 사라졌는데, 그 대신 웃지는 못하겠더라.

그냥 울컥해서 보이는 난간에 기대앉았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조용히 토닥여주는 이도 흔한 위로를 건네는 이도 없었어. 근데 싫지만은 않았어.


이후로 즐거웠던 날의 끝자락을 꼭 그렇게 보내게 되었어. 무심코 짓는 미소가 너무 불안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려도 혼자여도 불행한 순간에 마음이 조금 더 편했달까.


그저 그랬던 거야.

난 내가 기대고 있는 난간에서 손을 놓지 않을 걸 알거든. 근데 다들 내 모습을 보고는 걱정하던 거야.


그냥, 나는.

행복을 반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

익숙해지기 싫었는데, 이제는 불행이 더 편안했어.


불행하기로 했어,

그만 두렵고 싶어서.


진짜 바보 같다는 거, 나도 아는데.

행복을 내친다는 거, 내가 하고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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