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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자격

資格

by 서율


살아갈 자격이 없는 내가,

더 이상 발버둥 쳐봤자 더 쓸모없어질 뿐인데.



필요하더라고, 살아가는데도 자격이라는 게.

과시적인 성과, 무관심에서 벗어나서 내 자리를 찾는 것, 나를 증명하는 것.

나라는 존재로 기억되는 것.


그래서, 그렇게 나섰다고.

눈에 띄어야만 나는 비로소 안정된 것 같았어.

그제야 내가 살아가는 것 같았어.


갈수록 아무리 노력해도

난 제자리걸음밖에 더 할까.

아무리 올라가도 여전히 지하 깊은 곳을 헤매는,

힘들어서 멈춰버리면 그 깊은 어둠으로 빠져버리는.


같잖은 것들 하나하나에,

모두가 무시하는 모든 것들에

애쓰고 노력했던 거.

그리고 그 노력은

우연히라는 말로 물거품이 되어가던 거.


재능이 없나 봐.

운명이 아닌가 봐.

어쩔 수 없나 봐.

이젠 당당히 잘한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내 존재가 흐려져가.

살아갈 자격이 사라져 가.


아무리 지하에서 발버둥 쳐도

어둠의 한편으로밖에 보이지 않나 봐.

어둠이 짙어져.

깊은 암흑이 되어가.


아무리 애써도

난 점점 쓸모없어져 가.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어.

세상이 나를 계속해서 잊어가고 있는데.

나마저도 나를 떠나버리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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