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전쟁처럼 지내고 4년째 되니 벌써 30으로 나이가 바뀌어있었다.
내 20대 청춘의 끝자락을 수산물 가공과 함께 했다.
어느덧 30이 되었고 그쯤 많은 것을 이루어 놓긴 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계속 그일 만 반복하는 게 일상이었고 피곤함은 누적되었고 성장하는 만큼 어깨의 짐은 더 무거웠다.
수산물에 몸담은 이상 수산물의 생태계에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점은 수산의 세계는 무조건 현금, 선입금, 담보대출이 거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하루에 수십억이 움직이고 현금이 이동한다. 하지만 수산물은 굉장히 폐쇄적이다.
학연, 지연 등 연줄이 있거나 또는 대대손손 대물림 하여 이어지는 것이 전통적이다.
돈이 되는 일에 자식이 있다면 자식에게 자식이 없다면 조카에게.. 다 그렇다.
하지만 난 그건 아니었다.
수산을 하게 된 계기는 수산물 가공 공장의 사무업무를 보다가 돈의 흐름을 읽었고 막연히 수산물이 돈이 된다는 직감하나로 멘땅에 헤딩하면서 무식하게 일한 케이스라 특별한 케이스고, 그러다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 케이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생존에 대한 것이 중요했다.
주변에서 그런 말들을 해왔다. 안 그래도 너 성격 센데 매일같이 피만 보니깐 더 성격이 험해지는 것 같다.라는 말을...
그런데 뭐 어쩌라고... 난 이게 최선인 것을.
아무튼 난 뒤돌아 보지 않고 달렸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냥 반복적인 업무만 해왔고 발전하는 나를 보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흘렀고 난 또 안주했다.
내 나이 33. 또 3년이 흘렀다. 이때 내 인생 최대의 고비가 왔다.
이 고비를 말하기 전에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정권이 바뀌면 제도가 바뀌고 정책이 바뀌면 기업들이 흔들리거나 기업들의 앞으로의 경영의 흐름도 바뀐다.
난 그걸 몰랐다. 그때가 그 시기였다. 어느 정권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그때 여러 가지 외교적인 문제로 수산업은 힘들었고, 여러 가지 정책의 변화로 수산물도 변화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든 외교든 정부가 하는 일이든 뭐든 1도 관심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후에 나올 것이다.
이제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내 인생의 큰 고비. 이건 나에게는 정말 임팩트 있는 사건이었다.
수산물의 특성상 물품을 제공하는 가공업체의 입장에서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도매업자와 거래를 할 때 계산서를 발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계산서를 발행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 그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거의 전화통화로만 주문하고 발주하고 상하차를 한다. 그래서 몇 년이 흘러도 담당자들의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이다.
누가 물건을 사는지 회사이름만 알지 누가 주문하는지 김 차장, 김 부장 등등 명칭만 알뿐... 마주할 계기가 없다. 그 말 한마디에 물건을 주고 팔고 할 정도로 수산은 매우 폐쇄적이기 때문에 물건값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거나 미납을 하는 경우에는 소문이 금방 나서 단 일주일 만에도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된다. 그만큼 입소문이 빠르다. 그래서 현금거래가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거고, 돈을 받고 무조건 물건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고 몇 번씩 밀렸다가 한꺼번에 날을 잡아 수금을 하는 그런 상황이 많았다.
사건은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생겼다. 지금껏 거의 6년을 가까이 나 또한 어느 누구의 가공공장의 대표들과 다를 바 없이 거래처를 관리하고 물건을 팔았다. 그것도 아주 열정적으로.
그러다 새로운 거래처가 생기면 거의 소문으로 우리 회사의 물건을 보고 너무 맘에 들고 질이 좋고 선도가 높아 선택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냥 그것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반복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그때였다. 천안으로 가는 상하차 건으로 거래처가 소개를 받았다며 연락이 왔다.
전화번호. 차량번호. 인적사항 등을 기록한다. 어떤 사이즈의 물건을 몇 박스를 주문하는 것인지 하차할 곳의 장소는 어디인지 주소등을 확인한다. 물건의 수량과 총금액을 하차 기사에게 명세서로 전달하고 물건을 확인한 다음 입금을 받거나 미리 입금을 받는다. 신규 거래처의 경우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처음 3번 정도는 무조건 선입금을 받고 물건을 상하차 한다.
3번까지 무사히 입금이 진행되었다. 거래처 사장이 말헀다. 이번에 좀 큰 지역 행사가 있어서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인천으로 하차를 할 것인데 수량을 맞춰 줄 수 있냐. 아주 좋은 제안이었다. 물건값은 총 4380만 원 정도였다. 그 정도는 매일 가져가는 기거래처가 있었지만 신규거래처가 얼마 안돼서 이만큼을 가져간다니 처음에 덜컥 의심도 생겼지만 일단 3번 정도 각 1000만 원가량을 물건을 가져갔고 입금도 잘했으니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입금은 며칠날 해주실 거냐 물었다. 일주일 내로 입금을 약속받았다. 납품기일도 정해서 정해진 장소에 상하차 하기 위한 물량을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만들었다. 왜냐면 다른 기 거래 업체도 주문한 수량이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잔업은 필수였다.
드디어 물량이 나갔다. 하차한 기사님이 연락이 오신다.
하차는 했고 , 명세서는 물건 위에다가 두고 가라고 해서 두고 다시 부산으로 오는 길이라고 하신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
근데 이사장요~ 참 이상한 게 여기 사람이 윽수로 많은데 뭐 고무장갑에 청소도구에 연어에 새우에 휴지랑 뭐 여가 무슨 전통시장도 아니고 컨테이너 두 개만 딸랑 있고 이 뭣이 사람들이 웅성 하면서 눈치 실실 보고 내가 느낌이 참 이상해서 연락 한 번 했다 아이요. 뭐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내 이사장이 어째 일하는지 아는데 이거 좀 아닌 거 같아서 전화해 봤지~ 이거 괜찮은 거 맞는가?
............................... 순간 뇌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