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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 Oct 21. 2024

고1. 어쩌다 보니 분노의 여신이 되다.

드디어 고등학생!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하지?

난 이제 고1이다.

우리 학교 교복은 이쁜 편이다.

여자들만 득실댄다는 것 외에는 다 뭐 나이스다.

어쨌든 나는 고등학교를 아름답게 보내리라 맘먹었다.


학교 교복에 넥타이가 있다. 리본도 아니다. 일반 긴 넥타이다.

이때 난 넥타이 매는 방법을 배웠다.

누구한테 매어 본 적 없는 넥타이다. 크고 나니 남자들이 메더라는....



고등학교 1학년 반 배정. 어김없다. 악연에서 인연인 친구와 또 같은 반.

이젠 그냥 받아들인다.

학교수업은 그저 그랬다. 1학년때는 놀면 된다고 맘먹었다.

그래서 열심히 수업시간에 졸았고,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었고,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까먹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났더랬다. 같은 반이 된 중학교 친구와는 나는 별로 고등학교 때는 친하지 않았다.

각자의 무리가 생겼고, 나는 나름대로 내 "파"가 생겼다.

그래서 나는 그녀들과 함께 1학년을 알차게 보내고 있었다.

"삼총사"가 만들어졌다. 항상 뭘 하던지 함께 했다.

한 명은 아주 소극적인 성격이지만 할 때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이고, 한 명은 서울깍쟁이 말투에 꾸미기를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고 그러고 나머지 나는 그냥저냥 귀차니즘에 여자아이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항상 깔깔 거리며 웃은 기억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항상 이벤트가 있었다.

그냥저냥 조용히 지나친적이 단연코 없던 기억이다.

고1 탐색전...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한 서로만의 탐색전 말이다.

정말 개성 넘치는 애들이 한가득이다. 억지로 이렇게 짜놓으라고 해도 힘들 정도로 진짜 특이한 아이들만 우리 반에 가득가득하다.
 1학년 선생님의 주 과목은"윤리" 었다.


학교생활 중 음악 선생님은 합창부를 권유하셨고, 난 또 합창부가 되었다.

합창부는 중학교 때도 했기에 거부감도 없었다.


학교종이 치고, 방송멘트가 흘러들어 온다.

아.... 방송반도 하면 재미날 거 같은데, 왜 또 합창부를 하게 된 거지? 하고 순간 후회는 조금 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것이라 어쩔 수가 없다.

아무튼 난 합창부/ 한 친구는 미술부/ 한 친구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각각 다른 부서를 택했다.

이건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했으니 각각 취미에 맞는 부서를 선택한 거다.

이렇게 고등학교 1학년이 시작되었다.


학교 수업 중에 수학은 꼭 빠질 수 없는 수업 중에 하나이다.

수업이 한참이다.

공식을 칠판 빼곡히 적어놓으신다. 아이고 머리 아파....

수학은 정말 싫다. 몸이 자장가를 따라가듯 흐늘거리다가도 모자라서 스르륵 눈이 감기고 어느새 나는 책상에 엎어져 침을 질질 흘리며 자고 있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보통은 자고 있으면 선생님들이 깨우거나 분필을 던져서 머리에 골인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나도 꿀잠을 자고 있던 것이다. 수학선생님의 성향이 파악이 됐다. 

이수학선생님은 천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명을 엄청 잘한다. 하지만 어렵다. 그런데 겁나열정적이시다.

학생들이 보던 보지 않던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고 혼자 뿌듯해하신다.

천재인 거 같으면서도 생각해 보면 오싹하기도 하다. 전혀 아이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눈도 꿈적 안 한다.

단련이 많이 되신 모양이다. 알고 보니 이 수학선생님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셨다고 한다.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는 분이시지만, 지금의 표현으로 치자면 소심한 성격도 모자라 :"혼자만의 세상"에 온통 수학으로 가득 찬 그런 분이셨다. 나쁘게 말하면 약간 "히키코모리"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지만 그때 내가 보는 수학선생님은 "너무 착해서 화를 안 내고 그냥 열심히 사는 분"이었다. 중학교 때 선생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약간은 비뚤어진 이상이 생긴 거다. 하지만 이 선생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던 기억이 있다. 마찬가지로 수학시간이었고, 나는 어김없이 깊은 숙면을 취하고 있다.


갑자기 "깔깔깔" 하는 소리가 교실을 뒤덮는다.

자다가 벌떡 눈을 떴다 " 잉?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어리둥절하다.

난 키가 그때 좀 큰 편이었다. 지금의 나는 168이다.

그때 당시에도 친구들 중에서는 큰 편이었다. 그래서 항상 맨 뒷줄에 앉았다.

그때 당시에 깡마르기는 했어도 나름의 깡다구는 있었다.

아무튼 지간에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무척 궁금했다. 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다.

"야. 무슨 일이야?" " 애들 수업시간에 왜 저래?"라고 물었다.

친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 야. 네가 수업시간에 자는 건 어이없는 거 아니고?"라고 일침을 날린다.

"야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 뭔데 뭔데"라고 내가 계속 물어보고 있었고, 친구는 나에게 속삭이듯 말해준다.

아이들은 그 와중에 까르르 까르르 난리도 아니고 선생님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있다.

이 상황만 대충 눈칫밥으로 봐도 어느 정도 감은 오는데, 상황에 대한 설명이 난 필요했다.

그걸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말한다. 나에게 말이다.

"아까 너 잘 때 한참 애들끼리 딴짓했었거든? 그때 어떤 애가 사탕 먹으라고 뒤에 아이한테 줬나 봐"

"응 그래서 뭐" " 걸렸어?" " 아니 걸렸다고 쳐도 저 선생님이 뭐라고 안 했을 건데?"라고 의아하게 물어봤다.


친구가 뒤이어 이야기한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하면서 말을 흐린다.

"뭔데 말을 해봐 좀 아우 속 터져"라고 말했다.

친구가 "야. 듣고 깜짝 놀라지 마"라고 한다.

"참네... 뭐 이 교실 안에서 깜짝 놀라봤자지 뭐 귀신이라도 나왔데?"라고 물어봤다.

"그게.. 사탕 주고받다가 선생님이 그냥 수업분위기 좀 잡으시려고 "사탕 맛있겠네"라고 말헀거든?

그런데 "쟤"라고 하면서 조심히 소심한 손가락질로 어느 한 명을 가르친다.

"쟤가 선생님한테 선생님도 사탕 드실래요?  받으세요! " 하면서 선생님한테 던졌어...

그걸 선생님이 또 받으려다가 못받으셔가지고 땅바닥에 떨어진 상황이고, "그 와중에 쟤가 막 웃으니깐 그냥 순식간에 다 따라서 꺄르륵 웃고 있는 거야"라고 말을 한다.


겁나게 황당한 일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건 아니지 않나?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직접 사탕을 던진 걸 본 것도 선생님이 그 사탕을 받으려고 했다는 것도 다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아. 그래?" 하고 그냥 엎어져 다시 자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아. 선생님 그거 못받아서면 어떻게 해요!" " 그거 맛있는 거라서 드리려고 제가 몇 개 없는 거 드린 거잖아요"라고 하면서 일명 내 짝꿍이 말한 "걔"라는 여자아이가 익살스럽게 선생님을 향해 큰소리친다.

순간 선생님이 "어... 그래 미안해 "라고 하시면서 바닥에 떨어진 사탕을 주으려고 하신다.


그 순간을 내가 다시 엎어져서 자려고 하는 찰나 이루어졌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친구는 내 옷자락을 잡는다. " 이건 무슨 데자뷔?"

아무튼 난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업시간에 내내 자빠져 잤던 나도 문제지만 내 생각에 나보다 "쟤"가 더 문제다.

선생님은 내가 벌떡 일어났는데도 미동이 없으시다.

순간 나도 모르게 선생님의 슬픔이 가슴깊이 내리 꽂혔다. 자존감, 자괴감. 그럼에도 생계에 대한 절박함. 여러 가지 맘이 공존했을 그 마음. 다는 헤아릴 수 없지만 잠을 잔 나도 부끄러워졌고 선생님이 너무 불쌍했다.


벌떡 일어나서 내가 어디로 갔는가...

난 그 사건의 발단인 "걔" 한테 갔다.

가자마자 말했다. " 야. 너 뭐야??" " 그 사탕 하나 더 있냐?"라고 말이다.

그 아이는 어리둥절해하면서 " 이건 또 뭐야?" " 왜 있으면 하나 얻어라도 먹게?"라고 비아냥댄다.

내가 말했다. " 아니, 난 단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 " 넌 그래서 뚱뚱 하는구나?" "그래서 뇌도 살이 쪘나?"라고 말해버렸다. 친구들은 웅성웅성하고 교실이 웅성웅성하다.

선생님이 그때 나를 말리셨다. " 선생님은 괜찮으니까 자리에 가서 앉아"라고 말이다.

귀에 들리지 않는다. 여자아이 손에 있는 사탕을 뺏었다. " 이 사탕이구나? 그렇게 비싸다는 게"

사탕을 확 하고 창문너머 운동장으로 던져버렸다.

"야. 뭐 하는 거야? 미친 거 아냐?"라고 나를 향해 쏘아붙인다.

그 패거리들이 한꺼번에 거친 말들을 내뱉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손은 바로 그 아이의 뺨으로 갔다.

뺨을 갈겼다." 야. 똑바로 살아" " 왜? 너 사탕 때문에 그래? 그럼 운동장에 가서 주워서 드시던지"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이 사탕 드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아무 대답이 없으시다.

사탕을 주웠다. 선생님이 아직 사탕을 줍지 못하신 상황이었다." 야! 잘 받아. 이 사탕 졸라 비싼 거야"라고 하면서 그 아이에게 던졌다.

사탕은 또 한 번 그 아이의 몸통에 맞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고는 나는 아무렇지 않게 뚜벅뚜벅 걸어 들어 내 자리에  앉았다.

선생님은 나를 빤히 쳐다보신다." 선생님 수업 계속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말한다. 명심하자 지금은 수업시간이다. 하지만 이 난리가 난 거다.

"야 지금 이렇게 하고 수업이 되겠냐?'라고 반 아이들이 말한다.

"왜? 너네도 같이 깔깔 대고 웃어서 조금 미안하기는 하냐?"

"그냥 공부하기 싫으면 자빠져서 자. 쓸데없는 짓거리들 하지 말고" " 선생님한테 물건을 던진다는 게 말이 되냐?" "미친 거 아냐?" "그리고 그걸 보고 웃는다?" " 야~ 진짜 어이가 없다. 왜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라고 당당히 말했다. 솔직히 내가 그리 당당할 입장은 아니다.


까놓고 이야기하면 난 한 아이를 때렸고, 수업시간에 잤다.

그리고 괜한 참견질을 했다. 이게 현실적인 말이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당당했다. " 야 앞으로 나도 수학시간에 안자! 그러니깐 너네들도 수학시간에 잠자지 마!"

"그리고 앞으로 선생님들한테 예의 차려"라고 소리 질렀다.

너무 아이러니하다. 난 중학교 선생님에게 상처를 크게 받았다. 선생이라고 하면 질색 팔색이다.

그런 내가 이러고 있다.

아이들은 대답이 없다. " 야! 대답 안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옆반 선생님, 앞반 선생님, 담임선생님 우르르 우리 반으로 몰려들었다. "아....... 개망헀다....."

속으로 생각했다. "되돌이킬 수 없다 ㅠㅡㅠ 망했다."라고 말이다.

이내 수학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을 돌려보내셨고, 그렇게 수학시간을 마무리하는 학교종이 쳤다.

수학 시간이 끝나고 나서 우르르 친구들이 내 자리에 온다.

"야. 정말 멋지더라" 순간 머쓱했다. "뭐야 이건??? 뭐지 이상황???" 알쏭 달쏭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 솔직히 나도 선생님이라는 사람들 별로야" " 하지만 우리가 최소한 예의는 있어야 되지 않겠니"라고 말이다.


이날 이후 내 1학년 생활은 그야말로 활짝 피었다.

이상하게 선생님들이 모두 다 이뻐해 주셨다.

그리 뛰어난 아이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실수도 용서해 주셨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과목별 전교 점수와 반 점수를 따로 고지한다.

담임선생님 과목이 "윤리"였고, 난 윤리 시간 "공자 왈" " 맹자왈" " 성악설""성선설" 이런 것들을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윤리는 전교 2등 교실에서는 1등이었다. "생존의 법칙" 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지겨운 수업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했다. 선생님에게 이쁨 받고싪었나 보다.


하지만 수학시간에 내가 한 행동은 무례한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그때 혼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의 상황이 되면 내가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라고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만일 내가 그랬다면 나는 "학폭위"에  올랐을 것이다. 뒷배도 없고 부유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의 고1은 "나름의 평화"를 가졌고, 반에서 아이들은 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굉장히 민감해했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수학선생님 시간에 한 번도 존 적이 없다. 그렇다고 열심히도 아니었다.

수학은 그냥 어렵다. 그래서 그냥 잠을 자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 나의 고 1 생활.

선배들이 "네가 걔구나?"라고 말하면서 이뻐해 준다.

알고 보니 그 여자아이는 "아주 부유한 가정의 여자아이"였고 항상 선배들에게 선물을 주고 이쁨 받아 왔다고 한다. 난 줄 것이 없다. 우리 집은 가난하고, 난 가진 건 건강한 몸과 깡뿐이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또 "튀는 아이"가 되어 버렸다.

집에가니 벌써 엄마는 이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 너 오늘 학교에서 애 때렸지?" 라고 하신다.

"어 왜!" 라고 말했다. " 왜 때렸는데? 개네 엄마 전화와서 지금 난리도 아닌데 아오 진짜 너때문에 내가 미치겠다" 라고 말한다.

아빠는 달랐다. " 우리 꼬맹이 작은딸" 항상 날 이렇게 부른다.

"오늘은 또 무슨 사고를 치셨을까?" 라고 하신다.

"선생님한테 사탕 던지고 비웃길래 가서 때렸어" 라고 말했다.

이후 담임선생님과 엄마가 통화를하신듯 하다. 담임선생님이 나에게 너무 나무라지 마라고 하셨다고 한다.

아빠는 조용히 내게 말한다 " 잘했어. 주먹은 딱 쓸때만 쓰는거야" 라고 말이다.

난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어쨋든 많이 안혼났었다. 그게 다이다.

언니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가로젔는다. "작작 좀 해라" 라고 말했다. 난 그냥 " 아 됐어" 라고 말했다.


그렇게 학교에서 한바탕 일어나고 나는 "분노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게되었다.

그리고 사탕사건의 주요인물의 여자아이는 전학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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