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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11. 2024

마지막은 두 개의 문이 있다

새벽클리셰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다. 뤘던 강검진도 할 겸 병원예약을 잡았다. 검진을 며칠 둔 시점 걱정이 밀려왔다. '혹시'와 '만약'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불안 채찍을 휘르고 두려움은 멱살을 조여왔다.

오늘이 마지막날이라면, 주어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수 있을까. 끝 어떤 마음으로 준비해야 하나.


유서는 죽음이 닥쳤을 때 남기는 기록이 아니다. 행복한 순간, 평안한 순간 언제라도 쓸 수 있는 편지다. 상병시인이 읊었던 '세상 소풍'은 언제 끝날지 측할 없다.  마지막 편지 지금 이 순간 써야 한다! 남겨진 가족에게 못했던 적기 시작했다. 국, 혼자서 세상 끝까지 갔다가 촉해져 돌아왔다.(청승맞게)


'마지막' 앞뒤 'ㅁ'이 한 개씩 달려 있다. 시작과 끝에 네모난 문이 나씩 달려 있것처럼. '지막'은 이 아니라 ' 열고 상에 왔다가 태초 살던 곳으로 가는 문이다.' 

이란 녀석을 앉히고 지그시 바라보았다. 전에 없이 평안하고 너그러워졌다. 바늘구멍보다 좁았던 마음씀씀이가 우주라도 품은 듯 관대해졌다.


검진결과는 대체로 괜찮았다. 옹송거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27시간 을 비운 끝에 비로소  한 그릇마주했다. 무엇이든 비우고 비워야  반갑게 맞이할 수 있구나.  채우기만 급급 지나 비우기를 실천한 날, 비로소 가볍고 산뜻한 나를 만났다.

단출한 음식은 진수성찬보다 풍성하고 산해진미보다 풍요로다. 따뜻한 죽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장기 하나하나에게 안부를 묻는 느낌이다. 포근온기가 세상 끝에 선 자를 안아준다. 때로는 말보다 소박한 음식 한 그릇이 위로다. 




새벽두른 고요

꿈을 핥는 뒷모습

물속으로 뛰어든 불씨

타닥 타들어가는 빗방울

멀건 어둠이 렷해지는 시간

침묵을 더듬는 벽

잠들어버린 꿈과

빛바랜 꽃잎과

길목의 서성임을 이야기할 시간


아득한 멀리

개는 잠들지 않.

낮을 기억하는 송곳니

응시하는 만 우주

새벽은

귀로 보는 시간

죽음은 가소롭고

은 한낱 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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