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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ug 31. 2024

가을길 마음길




모락모락 익어가는

가을아침 산책길

나뭇잎 이정표 따라 걷는 길

40여 년 설익은 마음 

무럭무럭 익어갈 수 있을까


사락사락 휘날리는

맑은 아침 가을길

그려 놓은  따라 는 길

몇십 년 풋익은 기억

달큼하게 익어갈 수 있을까


밤새 나무가 깔아놓은 카펫길

밤새 바람이 비질해 논 가을길


쓸쓸한 마음길 비질하니

덩달아 여물어가는 대봉감.

아기주먹보다 작지만

어른주먹보다 크게 자랄 거라

뙤약볕 견디며 무던히 자라난다.


여름내 그늘만 찾아다녔더니

도토리보다 작아진 마음

언제 대봉감같이 여물어까.


가지치기할수록

크고 단단해지는 감나무 열매

덩달아 마음나무 가지치기 한다.

무성하게 자란 욕망 잘라내고

잡초같이 뿌리내린 번뇌 뽑아낸다.


보름달보다 둥그러질 마음밭 일구며

탐스럽게 맺힐 단단한 열매 기다린다.








가을님 맞이하

밤사이 깔아놓은

나뭇잎 카펫

아무도 밟지 않은 가을길

어느 고운 발 먼저 닿을까.


한 발 앞선 눈치 없는 발

고운 카펫 위 지나간다.

성난 가을 토라져

행여 다시 돌아갈

사뿐사뿐 까치발로 걸어간다.

첫눈 위 발자국 새기듯

낙엽카펫 위 첫 마음 새긴다.






시작노트
돌사과

'love  myself

only for me sensitive'

아침 산책길, 행인 티셔츠에 새겨진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타인 등에 새겨진 무심한 글귀가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그동안 사랑하려고, 사랑받으려고 기를 썼던 날이 허무하게 지나갔다. 잡히지도 않을, 연기 같은 마음

무엇하러 에너지 쏟 안달복달했을까. 부터 사랑하고 보듬어줄걸.  안타까운 날이 스쳐 지나간다. 


존재이유를 타인과 가족에게서 찾으려 했지

나의 존재 자체에서 찾으려 하지 않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을 사랑하고 꽃 피우는 들꽃처럼,  스스로 사랑하며 꽃 피워 볼 노력은 해보지 않았을까. 


익숙한 산책길, 작고 빨간 열매가 열렸다. 무슨 열매일까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크기는 아이주먹보다 작았지만 틀림없는 사과였다. 꽃사과로도 불리는 돌사과.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앙증맞은 열매.


연둣빛 열매는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아도, 사과로 자라나기 위해 따가운 햇볕을 견디며 비바람을 막아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얼마나 기를 썼을까. 단단한 열매 맺으려 죽을힘 다해 가지에 매달렸겠지. 볼품없어도, 누구 하나 어여삐 돌아보지 않아도 자신을 잊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 견뎌내고 가을바람맞으며 둥글고 작은 열매를 피워 올렸다.


발그레한 얼굴로 햇살 바라보며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증명하고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빛이 났다. 자신을 믿고 한걸음 나아간다면, 자신의 한계를 의심치 않고 꿋꿋이 나아간다면 기어코 열매는 맺힐 거라고 외치고 있다.


8월의 30번째 해가 내리쬔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더라도 해는 변함없이 묵묵히 내리쬐겠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지라도 자리에서 묵묵히 여물어 갈 열매처럼.




연재브런치북 '오늘은 시어요'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익어갑니다. 다가온 날도 다가올 날도 평안하게 은은하게 익어가기를 바랍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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