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 행인티셔츠에 새겨진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타인 등에 새겨진 무심한 글귀가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그동안 사랑하려고, 사랑받으려고 기를 썼던 날이 허무하게 지나갔다.잡히지도 않을, 연기 같은 마음
무엇하러 에너지 쏟으며안달복달했을까. 나부터 사랑하고 보듬어줄걸. 안타까운 날이 스쳐 지나간다.
존재이유를 타인과 가족에게서 찾으려 했지
나의 존재 자체에서 찾으려 하지 않았다.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을 사랑하고 꽃 피우는 들꽃처럼,스스로 사랑하며 꽃 피워 볼 노력은 왜 해보지 않았을까.
익숙한 산책길, 작고 빨간 열매가 열렸다. 무슨 열매일까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크기는 아이주먹보다 작았지만 틀림없는 사과였다. 꽃사과로도 불리는 돌사과.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앙증맞은 열매.
연둣빛 열매는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아도, 사과로 자라나기 위해 따가운 햇볕을 견디며 비바람을 막아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얼마나 기를 썼을까.단단한 열매 맺으려 죽을힘 다해 가지에 매달렸겠지.볼품없어도, 누구 하나 어여삐 돌아보지 않아도 자신을 잊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 견뎌내고 가을바람맞으며 둥글고 작은 열매를 피워 올렸다.
발그레한 얼굴로 햇살 바라보며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증명하고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빛이 났다. 자신을 믿고 한걸음 나아간다면, 자신의 한계를 의심치 않고 꿋꿋이 나아간다면 기어코 열매는 맺힐 거라고 외치고 있다.
8월의 30번째 해가 내리쬔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더라도해는 변함없이 묵묵히 내리쬐겠지. 오늘이 마지막 날이 될지라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여물어 갈 열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