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오늘은 시어요
21화
실행
신고
라이킷
180
댓글
28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진아
Aug 21. 2024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처연함 마저 사랑하리라.
맹렬한 여름의 끝은 어딘가, 과연 열기가 식기는 할까 싶었는데, 어느새 8월도 반으로 접혔습니다.
매미울음
도
기력이
쇠하고,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귀뚜라미
노
래
사이로
스멀스멀
흘러
들어
옵니다.
여름은 정들기 무섭게 떠나가
니
뒷맛이 씁쓸합니다. 해준 것
없이 떠나보내는 정든
이
뒷모습 같아서 애틋합니다.
곁에 있을 땐 귀찮고 지겹던 것
이
이별할 시간
다가오
면
가슴 한켠
소슬한 바람
불어옵니다.
가까이 있으면 멀어지고 싶고 멀어지면 붙잡고 싶은
.
.
.
여름 내내 숨 막히는
열기가
싫어서 태양의
따가운
눈총
피해
그늘로, 그늘로,
냉기가
뿜어 나는
곳으로
슬금슬금
도망
만
다녔지요.
허나, 아이들만은
여름이
란
계절을
마
음껏
만끽하게
해
주고
싶었지요.
어릴 적
,
물속을
여름
속을
마음껏 유영하던
추
억
을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물놀이를
즐기게
해 주려
고
펜션,
계곡을
검색하며
부지런히
다녔지요.
예전만큼
청정한
환경이
아니라서
기대보다
실망하는 날
이
많았지만
,
아이들은 실망조차
무색
할 만큼
신나게
물속을,
자연 속을
누비고 다녔지요.
여름이 혈기왕성한 'E'유형이라면 가을은 감성과 내면에너지 그득한 'I'
유형인가
봅니다. 여름을 선망하고 지지하지만 낙엽향 묻어나는 가을 또한 애정합니다. 좋아하는 계절을 물으면 딱 부러지게 대답하진 못하지만, 무엇이든 선택의 기로에서 똑 부러지게 결정하지 못하지만,
야
물지 못한 성정 또한 사랑하기로 합니다.
우유부단함이 글 쓰는 기로를 열어준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예민하고 여린 감성이, 모질지 못하고
매번
속앓이 하는, 어찌 보면 답답하기까지 한 성정이 펜을 쥐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얌체마냥
주둥이를
내밀던
모기도
시
들하
고 이마를 스치는
바람도
서늘해졌습니다.
새벽산책길에
낙엽향이
솔솔
묻어납니다.
이
른 가을이 내미는 그윽한 커피 향에 이내 마음을 빼앗깁니다.
열기를
피해 다니기
바쁜
나날이었지만
막상
떠
난
다고 하
니
아쉬움이
몰려옵니다.
완연한 여름을 지나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나를 닮은 계절을
바라
봅니다. 여름도
가을도 아닌
중간쯤
걸
터앉은
계절
에서
내 모습이
보
입
니다.
떠나가는 계절과 맞이해야 할 계절 사이에서 묘한 아쉬움과 설렘을 즐
겨봅
니다.
여름이 짧고 강렬한 건 더 깊
게
맹렬하게 사랑하라는 자연의
섭리
아닐까요.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오면 첫 만남처럼 반갑게 맞이하고 떠나가면 아쉬움에 눈물짓지만 다시 돌아올 것을 알기에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
들어 줍
니다.
다시 만날 것이기에, 다시 뜨겁게 사랑할 것이기에.
뜨겁다 못해
끓어오르기만 한
사
랑을 원망도 했지요.
그새
미운 정
이
들었나 봅니다.
여름옷자락을
붙
들고
끝자락에
매달려
봅니다.
쾌활하게
웃으며
또
돌아오겠다
합니다.
덜
슬프도록
덜
아
프
도록
이별을 준비합니다.
뜨거웠던
날
은 그을린 살갗에
새기고
살랑살
랑
다가오는
,
요염한
가을을
기다립니다.
다채로운
빛깔로
물들일
아름다운
계절을
기다립니다.
내 안에 가득했던 여름바다를 비우고 처연한 가을마저 뜨겁게 사랑할 준비를
합
니다.
여
느
노랫말처럼,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없지만.
여름과 가을사이
1
설익은 가을님이 내려왔어요.
처서(處暑)
초대장 받았다며 냉큼
내려왔
지
요.
새벽에 이는 소슬한 바람
,
한잎 두잎 가을님 모시고 왔
어
요.
아직
여름이라며
떼창
항의하는 매미소리에
도
아랑곳없이
짐보따리 풀
며
풀-썩 주저앉는 잎사귀 군단.
으름장 놓느라 얼굴이 노랗게 질렸
지
요.
마음 약해진 여름님, 살포시 한걸음 물러나
요.
달님 그윽한 밤과 새벽은
가을님이
,
햇살 그득한 한낮은 여름님이 머물기로 했지요.
가을님 오셨단 소식에 한달음
달려
온 밤송이
가족
.
덜 여문 가시옷 사이
,
연둣빛 미소는
여름인가요, 가을인가요.
여름과 가을사이 2
8월이 반으로 접히자
날름
허리 접는
여름님
.
거만한 가을님
뒷짐 지며
한껏 거드름 피우지요.
여름님 몰래
스리슬쩍
,
한
밤
중
내려왔다가
잠든 새벽녘
,
어물쩍
드러눕지요.
가을님 인기척
에
화들짝-
놀란 뻐꾸기
,
푸드덕 날아오르
고
새침데기 가을님
아침햇살 꽁무니 사이로
슬그머니 달아납니다.
keyword
여름
가을사이
사랑
Brunch Book
오늘은 시어요
19
고속도로 위에서 울었다
20
납골당
21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22
차마 못다 한 당신의 시간을
23
독을 품은 꽃
오늘은 시어요
진아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5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