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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ug 26. 2024

독을 품은 꽃

차마,

숨을 곳 없어

 뒤에 숨었어.

차마,

칼 들 수 없어

를 잡았어

차마,

독기 은 뱀 물 수 없어

를 감고 돌았어.


서슬 퍼런 칼날은  뒤에 숨기고

검붉게 벼린 독은 詩 아래 숨기고

해맑고 고운 것만  에 붙여라.

웃는 입에 환희의 무지개를

웃는 눈에 희열의 초승달을 

웃는 코에 정열의 구름을 붙여라.


 詩는 붉고 푸른 꿈 속에 산다.

그대여, 발가벗고  앞에 서라.

 詩는 당연히

그대의 앞이 되리니.




가난, 사랑, 기침은 숨길 수 없다는데

가난을 숨기고

사랑을 숨기고

기침을 숨긴다.

비집고 나온 가난한 머리카락 자르고

자꾸만 자란 사랑한 손톱 문지르고

불그레 솟구친 기침의 목구멍을 비틀어라.


머리카락은 죽어서도 자라고

가난은 죽어서도 멈추지 않는다.

사랑은 도마뱀 꼬리 같아서

잘만 자르고 달아난다.

사랑은 끝나도

미련은 끝을 몰라 꼬리가 자라난다.

기침은 막아설수록 끓고

내 기침은 입을 잘라 끓어오른다.


죽고 끊고 잘라내도 감출 수 없는 것.

감추어야 할 것은 무엇이고

감추지 못할 것은 무엇인가.

더 이상 감출 것 없어

꼬리를 바투 자른다.

더 이상 숨길 것 없어

혀를 끊고 바닥에 눕는다.


맨 몸으로 태어나

가지 못할 곳 없고

숨길 것 없는데.

죽어서도 자랄 가난이여

도마뱀 꼬리같이 자라나는 사랑이여

잘라내도 타오르는 기침이여

멈추지 않는 미련한 기관차여

달려라! 전진하라! 폭주하라!

죽어서도 끝나지 않을 종착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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