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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다 한 당신의 시간을

살아간다. 또 그렇게 다시.

by 진아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못난 심장은 먼저 울고 있었다.

닫고 또 잠그고

자물쇠로 꽁꽁 잠갔건만

당신 앞에 서면

무방비로 흩어져 내렸다.


휴지조각같이 버려둔 서툰 감정과

해바라기밭에 버려둔 일곱 살 아이.

너울너울 무방비로 돌아온다.


약해지지 않으리 다짐했건만

못난 심장은 먼저 쓰러져 있었다.

철갑보다 굳건하던 신념도

당신 앞에 서면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베일 듯 깎인 비틀린 유년

잊었다

지운다 해도

아직자리에,

종이보다 얇은 내가 서 있다.


당신의 피가 흐르고

당신의 눈물이 흐르는

안에는

차마 못다 한

당신의 시간이 흐른다.


걷지 못할, 아니

앞으로 영영 걸을 수 없는

이 길을

나 홀로 걸어간다.

차마 못다 한 당신의 시간을.





출처: 유튜브 ROSA pianist '남 몰래 흐르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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