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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ug 29. 2024

거짓 사랑은 가라.

한 세계가 만들어지기까지

삶의 길 1


네모난 책은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삶이 고뇌한 시간의 기록이다.

숱한 날 붙들고 써 내려간 발자국이다.


네모난 종이 안에

자연이, 세계가, 우주가

한 인간의 삶이 흐른다.


네모난 책은 그냥 완성되지 않았다.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절망 앞 쓰러진 자신을 곧추세운 지문이다.


종이 위 다섯 개 지문이 기어가고

수백 번 들숨과 날숨이 지나간다.


무엇하나 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눈물 없이

무너짐 없이 완성된 탑은 없었다.

더 무너지고 부서져야 하리.

각진 마음 갈고 닦아

거룩한 모서리로 을 때까지

무엇하나 쉬이 완성될 수 없는 길.


등불하나 없이

묵묵히 걸어가는 나그네처럼

걷고 걸어 뼛속에

마음을 새겨야 완성될 이야기.

혼자 걸어가야 하는 길.

혼자 걸어가야 닿는 길.




삶의 길 2


삶만 해도 무게가 한 짐.

이고 져도

저승길 못 가는 삶보따리.

남겨진 사랑

질긴 미련일랑

훨훨 떨쳐버리고

거짓 사랑은 가라.

거친 욕망은 가라.


지나간 사랑은 눈멀었다.

부질없는 감정일랑 버려라.

진짜만 남기고

순백만 남기고

깎고 벼리고 자르

가볍게 걷, 우리는

하늘을 날듯, 우리는


무거운 열기일랑 벗어던지고

미지근해도 그 뿐

가뿐하게 날자, 우리

무거운 추는 심연으로

새순같이 자란 손은 위로 위로.


진실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르라.

거짓은 마을에 두고

진짜만 따르라.

그림자도 무겁다.

그림자도 버리고

껍데기도 버리고

이제 날아오르자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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