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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ug 19. 2024

납골당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은빛비늘 반짝이다

튀어 오르는 당신.

물속에 잠시 담아 두었다.

   

우연히 당신이 잠든 곳 지나다

 눌려둔 엄마가 생각났다.

꼭꼭 잠가둔 엄마가 풀려났다.

꽁꽁 얼려둔 엄마가 깨어났다.


같이

그녀가 봉긋 떠올랐다.


때로는 울고

더러는 웃고  

꾸역꾸역 살아낼 동안

신은 여기서

꽃같이 웃고 계셨구나.


자고 깨고

걷고 달리고

지리멸렬 이어갈 동안

당신은 거기서

나무같이 바라보고 계셨구나.


엄마, 엄마, 엄마

이젠 부를 수 없고

부를 일 없는 아픈 이름.


당신 앞에 우유를 놓고

사탕 몇 알은 꽃 속에 놓아둔다.


일찍이 아버지 여윈 고운 내 친구,

아픈 가슴 여무는데 꼬박 5년 걸렸다는데.

이제 165일 견딘 나는, 나는

남은 1675일 어떻게 살아낼까.


오롯이,

글을 써야 볼 수 있는데

에서만 부를 수 있는데

하얀 여백 위에서

목이 쉬도록 불러본다.

엄마, 엄마, 엄마...


아직 햇빛은 쨍쨍한데

눈앞에 노을이 진다.

붉게 흘러내리는 노을

주르륵 흘러내리는 당신.


낯선 여인 하나

철퍼덕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음 쏟아낸다.

내가 흘려야 할 눈물

제껏처럼 잘도 흘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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