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실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햇살도 바람도 하늘마저 완벽한 가을이다. 오랜만에 친구와 자전거를 타러 갔다. 자전거를 타지 않겠노라 선언하던 투덜이남매도 언제 그랬냐는 둥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가을 햇살보다 밝게 웃는 아이들이 저만치 달려간다. 나도 질세라 아이를 뒤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피부에 닿는 바람, 도로에 흩뿌려진 햇살, 바람결에 실려온 낙엽마저 완벽한 가을오후였다. 스치는 바람사이로 잘 익은 가을 냄새가 났다. 가을햇살에 온몸을 말리는 나무와 순순히 땅으로 내려앉는 낙엽 사이를 달려 나갔다. 아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을 속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갈 계절이라 아끼고 아껴서 만끽했다.
자전거도로 위에 떼로 누워있는 털북숭이(송충이)만 아니라면 완벽한 오후였을텐데. 송충이가 나무 위에서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자전거도로 위에는 개미와 돌멩이보다 털북숭이가더 눈에 띄었다. 혹시라도 밟을까 봐 조마조마한 심장을 부여잡고 다녀야 했다. 남매는 까치발을 들고 요리저리 송충이를 피해 다녔다.
"엄마, 송충이가 길에 왜 이렇게 많이 나온 거예요?"
자연과학 지식이 바닥인 나로선 설명해 줄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게. 어디서 이렇게 많은 송충이가 나왔을까? 날씨가 좋아서 단체로 가을산책이라도 나온 게 아닐까?..."
라며 얼버무리고 말았다. 아이들 기습 질문에 답하려면 자연과학 도서도 틈틈이 섭렵해야겠다 다짐하면서.큼큼.
자전거를 반납하고나오는데 갑자기 무릎이 간질간질했다. 뭔가 싶어 살펴보니 털북숭이(송충이) 한 마리가 천연덕스럽게 붙어있는 게 아닌가.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 지르고 열심히 온몸을 털며 급기야 탭댄스를 능가하는 발 스텝을 선보였다. 나의 신들린 탭댄스에도 불구하고 털북숭이는 끈질기게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녀석의 뒤통수를 가격하고 말았다. 그제야 툭 떨어지는 털북숭이.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해 본다. (송충이야 미안. ㅜ.ㅠ )
털북숭이와의 잘못된 만남만 빼면 완벽했던 자전거 여행도석양 속에저물어갔다.
슬픔공부 한 줄 요약
'당신은 행복해질 것이다. 과거의 슬픔을 인정하고 슬픔을 이겨낸 자신을 대견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사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