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떤 순간에 무너질 수 있으며 그 무너짐이 어떤 죄책감을 만드는지에 예민할 수 있는 건 내가 잘 무너지고 부서지는 사람이어서다. 모를 수가 없다. 모른 척은 해도. 연필을 쓰는 사람은 부서진 흑연 가루가 종이의 섬유질에 남는 것이 연필 필기의 원리임을 매 순간 경험한다. 종이 위에 남는 건 바로 그 부서짐의 노력이니까. <정지승 '아무튼, 연필'>
시간과 거리를 두고물러서서 보면, 방향만 살짝 틀어고개 들어보면 보이지 않던 곳이 보인다. 지금은 보이는데 그땐 왜 보이지 않았을까. 시야를 가리고 있던 건 조급함, 불안, 무기력이란 안대다.
날개를 펼치고 싶다고 다 펼칠 순 없다. 날개를 접어야 할 땐 접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포기라 부르고 어떤 이는 유연함이라 부른다.
멀어졌다 다시 돌아오는 삶처럼꿈도 열망도 멀어졌다 돌아오기도 한다.지금은 어느 때인가. 불 속으로 뛰어들 때와 잠시 바라볼 때를 가늠해 본다.
슬픔 공부 한 줄 요약
'어떻게 이 돌투성이 검은흙에서
흰 꽃이 피어나는 걸까
꽃을 만드는 흙과 심장을 만드는 흙은
다른 걸까'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
바위틈에도, 아스팔트 위에도 피어날 꽃은 기어코 피어난다. 느리게 천천히 피어날 꽃을 위해 한 뼘의인내와 용기를 꺼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