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라는 이름으로 | 네 번째

푸른 눈빛 아래 1부 | EP.04

by 마리엘 로즈



자꾸 마주쳤어요
마치,


우리가 정해진 동선을 걷는

사람들처럼.



엘리베이터 앞에서,
카페 옆 창가에서,
책을 꺼내다 손끝이 닿기도 했고,


비 오는 날,
작은 처마 아래
그림자처럼 가까워진 적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책장을 넘기거나
창밖을 바라보곤 했지만,

속으로는 자꾸
심장이 앞질러 뛰었어요

 

그의 눈빛이
어느 날은 무심해 보였고,


어느 날은
살짝 머무는 듯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 짧은 머뭇거림조차
혼자 오래 기억하게 됐고,


그게 하루의

대부분이 되곤 했어요

 

버스 안에서,
그의 옆모습을 마주했을 때


나는 괜히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살피고,


그저 숨소리 하나도
조심스럽게 들키지 않으려 애썼어요

 

우연이라기엔,
너무 잦은 만남이었고


운명이라기엔,
너무 조용한 설렘이었죠

 

그런데도
나는 그 모든 순간을
하나씩 품고 있었어요

마치,


그가 아닌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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