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멈춘 자리 | 다섯 번째

푸른 눈빛 아래 1부 | EP.05

by 마리엘 로즈




그날, 참 많이 웃었어요


친구들과 있었고,
평소처럼, 익숙한 오후였죠

 

햇살은 어깨 위로 반짝였고,
잔잔한 바람은 머리칼을 간지럽혔어요.


내가 고개를 숙이며 웃던 그 순간-


 

한 걸음,
내가 앞으로 나섰고
딱 그 타이밍에-


그와 부딪혔어요


숨이,
순간 목에 걸려 멈췄어요


이마는 그의 가슴에 닿았고,


작은 충격보다
먼저 느껴진 건
그의 팔이었어요

 

나를 본능적으로

감싸 안던 그 움직임,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안에 어떤 긴장감이
고요하게 감돌았어요



가까이 있었죠


너무 가까워서
내 숨이 부딪히는 게
들릴 것 같았어요

 

그의 셔츠는
햇빛을 머금은 듯 따뜻했고,
나는 숨을 참고 있었어요


혹시,
내 떨림이 전해질까 봐.

 

잠깐이었지만
그 순간은
온몸이 기억할 만큼 선명했어요


심장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크게 뛰었고,


그 진동이
가슴 안에서 부서졌죠

 

친구들의 목소리는
희미해졌어요


그의 숨결,
그의 체온,
그 품의 온기만이
내 시간을 점령하고 있었어요

 

그 후로,
그와 마주칠 때면
나는 매번 그날을 떠올려요


어쩌면,
내 마음은 그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당신에게
자꾸 걸려요


마치 모든 우연이
당신에게로 향하는 것처럼.





다음 편에 계속....(클릭)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우연이라는 이름으로 | 네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