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오후 | 일곱 번째

푸른 눈빛 아래 1부 | EP.07

by 마리엘 로즈




잿빛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던 내 이마에
첫 빗방울이 톡,

떨어졌어요



그 순간,
당신도 동시에 고개를 들었죠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고 어느새,
우린 한 우산 아래 있었어요



누가 먼저였는지,
당신이 우산을 내민 건지
내가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간 건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다만,



작은 천 하나 아래
당신의 어깨와 나의 팔이


조심스럽게, 아주 살짝
닿아 있었던 건 확실해요



빗소리는 점점 커졌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물웅덩이를

조심스레 피해 걷던 발끝,
우산 아래 부드럽게 흔들리던 공기,


그리고


당신 손에 꼭 쥐어진

검은 손잡이 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내 시선까지도


모든 것이 느리게,

또렷했어요



그러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가고,
우산이 살짝 기울었을 때,


내 머리카락이
당신 팔에 가볍게 스쳤어요

그 순간,
숨이 잠깐 멈춘 것 같았고
심장은, 조용히 울렸죠



나는 마음속으로 빌었어요


정류장이,
조금만 더 멀었으면 좋겠다고.


단 몇 걸음이라도
더 함께 걷고 싶다고.



같은 방향,
같은 속도,
같은 비를 맞으며 걷던
그 짧은 시간이-

내게는,
참 오래도록
머물렀어요



그날 이후로,
비가 내릴 때면


나는 늘
당신을 떠올리게 돼요




그 우산 아래 있던 순간,
말 한마디 없던 조용한 마음들,


그리고
머리칼에 닿았던 그 온기.




모든 것이
빗소리처럼 조용히-


아직도 내 안에
살며시 머물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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