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빛 아래 1부 | EP.08
버스 정류장엔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
가늘게 조용히
번져 있었어요
그 고요한 소음 속에서
나는 한참을 서 있었죠
그 자리에
조금만 더 머물렀다면,
마음까지
젖어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말없이 버스에 올랐어요
차창 옆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어요
유리에 맺힌 빗물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자국을 따라
눈도, 생각도 흘러갔죠
무언가를 꺼내기엔
그 순간이 너무 고요했고,
괜히 말을 꺼냈다간
그 고요함을 깨뜨릴까 봐
망설여졌어요
그래서 인사는,
입술 대신 눈으로 건넸어요
아주 조용하고, 부드럽게.
버스 문이 닫히기 직전-
그가 올라탔어요
나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고,
그도 내 쪽을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그는
조금 늦은 숨을 한번 쉬고,
그 숨 끝에 아주 작게,
마치 바람처럼 말했어요
“.....비가, 그치지 않아서.”
그 말이,
내 마음속 어디쯤에
잔잔하게 스며들었어요
빗물이 옷깃을 적시듯,
그 한마디가
가슴을 아주 조용히 적셔왔죠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 한켠이
따뜻하게 젖어들었어요
그 말은 지금도,
그날의 빗소리처럼
내 안 어딘가에서
말없이 머물러 있어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로.
그냥 그렇게,
고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