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빛 아래 1부 | EP.10
버스에서 내려,
우리는 말없이 걸었어요
어느새 비는 그치고 있었고,
젖은 도로 위로 가로등 불빛이
조용히 번지고 있었죠
말이 없었어요.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으니까요
발끝이 물웅덩이를 조심스레 피하고,
우산을 반쯤 접은 손끝과
가방을 쥔 손 끝이
서로 스치지 않도록 애쓰면서도
어쩐지,
스쳤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였어요
그래서 나도
괜히 발끝에 힘을 주게 됐고,
말 한마디 꺼내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졌어요
바람이 잠깐 불었고,
그의 코트 자락이 살짝
내 손등을 스쳤을 때,
나는 들킬까 봐 숨을 고르듯
눈을 깜빡였어요
그 순간,
아무것도
묻지 않아줘서 고마웠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서 더 아팠어요
가로등이 하나씩
우리를 지나칠 때마다
나는 내 마음을 조금씩
들키는 기분이었어요
그 불빛 아래,
감추고 있던 감정이
그림자처럼
길게 드러나는 것만 같아서요
그 밤의 공기는
맑고 서늘했고,
우리의 걸음은
조용했지만,
그 사이엔
수많은 감정이 흘렀어요
우리는 그렇게 걸었어요
말없이,
하지만 많은 말을 품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