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빛 아래 1부 | EP.11
문 앞까지
그가 함께 걸어왔어요
가로등 불빛 아래,
젖은 공기와 빛이 얇게 섞여
흐르고 있었죠
우산 끝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질 듯, 말 듯 망설였어요
그는 멈췄고,
나는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어요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손끝이 아주 작게 흔들렸어요
그건 인사였는지,
작별이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가
한 발자국 다가왔어요
그림자가 겹칠 듯 다가왔지만-
끝내
딱 한 걸음,
그 거리만 남겼죠
말은 없었어요
대신,
눈빛 하나가 천천히
내 가슴에 내려앉았어요
그 눈빛 안엔,
말하지 못한 백 가지 마음이
숨을 죽이고 있었죠
그는 돌아섰고,
우산 끝에서
물방울이 조용히
바닥을 두드렸어요
나는
문고리를 쥔 채
한참을 서 있었어요
닫히지 못한 마음이
문틈에 걸려 있었던 거죠
그리고 문이
‘탁’ 하고 닫혔을 때-
그제야,
숨이 새어나왔어요
남겨진 건,
말 대신 내려앉은 온기.
겹치지 못한 그림자.
가슴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맴도는
그 눈빛 하나.
그건,
사랑이었을까요
아니면
사랑이 문 앞까지 왔다가
돌아선 밤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