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닮은 사람 | 열두 번째

푸른 눈빛 아래 1부 | EP.12

by 마리엘 로즈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아주 작게 났어요


그 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천천히 등을 기댔죠



조용한 방 안,
아직 그 사람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낮게 떨리는 숨결처럼,
말없이 맴도는 눈빛처럼.


커튼 너머로

저녁빛이 스며들고 있어요


방 안이 조금씩 물들어가는 사이,
나는 그대로 서서,
문고리를 한참 동안 놓지 못했어요


나는 다시

창문 쪽으로 걸어갔어요


바람이 들어오네요


당신 목소리처럼

낮고 부드럽게-


마치 방금 전,
그 순간을 다시

떠올려보라고 속삭이듯이요



괜히 손을 들어보았어요


눈을 감은 손끝이
당신이 스쳐간 자리를

천천히 더듬어요


그곳은 아직,
아주 조금-
당신의 온기가 남아 있네요



오늘,

당신이 문 앞에서 망설일 때-


사실...

나도 그랬어요


한 걸음만 더 다가왔더라면
정말, 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거리.

 


하지만 그러지 못한 마음,
그 머뭇거림을 대신해


지금 이 바람이
조용히 내 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처음이라 그래요


이런 마음, 이런 떨림-

 


혹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모든 게-


당신을 향한
사랑이 맞을까요?






Fin.

〈푸른 눈빛 아래〉 –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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