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빛 아래 | EP.09
버스는 조용히 출발했고,
우리는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었어요
서로를 보지 않은 채,
작은 숨결 하나로만 존재를 나누며.
그의 팔과 나 사이,
작은 공기가
살며시 떨리고 있었고
나는 그 거리만으로도
숨이 깊어졌어요
천 조각을 사이에 두고
온기가 내 등을 스쳤고,
나는 숨을 삼켰어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러다 버스가
커다란 웅덩이를 지나며
차체가 아주 살짝 흔들렸을 때-
우리의 새끼손가락이
잠시, 스쳤어요
깊은 물 속에서
작은 돌멩이를 건드린 것처럼
손끝 하나가 파장을 일으켰고,
그 작은 접촉이
순식간에
온몸을 긴장시켰죠
나는 어깨를
살짝 뒤로 물렸어요
그런데 그 방향에 그의 팔이 있었는지-
등이 아주 부드럽게
그의 팔에 닿았어요
멈칫한 순간,
그의 숨결이
조금 더 가까이서 느껴졌고-
들숨 하나,
그리고 이전보다
조금 길어진 날숨.
그도...
느끼고 있다는 걸
말보다 먼저
몸이 먼저 알았어요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어요
눈이 마주치면,
지금 이 모든 게 깨질까 봐.
그저 손끝 하나로,
작은 닿음 하나로,
말없이 공유된 감정 하나로-
그 순간,
우리는 같은 마음이라는 걸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