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결로 빚은 문장 3부 | EP.03
오늘,
정말 많이 망설였어요
손끝에 맺힌 떨림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커졌고,
심장은 조용히 뒷걸음쳤어요
그런데도,
그 사람이었기에-
풀고 싶었어요
오해는
내가 만든 게 아니었지만,
내 입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그 사람이
자주 지나던 길,
그 시간에 맞춰
몇 번이나 발끝을 돌렸어요
‘혹시’라는 말이
가슴 안에서 자꾸 자라났고,
걸음은 점점
그 사람 쪽으로 기울었어요
그리고 정말,
마주쳤어요
멀리서-
빛을 등진 실루엣이
조용히 다가왔고,
나는 심장을 달래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갔어요
말보다 먼저
입술이 굳었고,
눈이 잠깐 흔들렸어요
그래도, 말하고 싶었어요
“그날은...”
그 순간,
그가 고개를 돌렸어요
나 아닌-
건너편에서 다가오던
그 여자에게로.
목에 둘러 있던
목도리를
조심스레 풀어
그녀 어깨에 덮어주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익숙한 손으로
쓸어 넘겼어요
나는
그 장면을
고스란히 마주봤어요
피하지 않았고,
눈도 감지 않았어요
그의 눈은
내 쪽을
스쳐갔지만-
머물지 않았어요
그제야,
알았어요
그 사람 눈 속에
나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심장이
조용히 부서졌어요
소리도,
숨도,
몸도-
모두 멈췄어요
그리고
아주 천천히,
한 발
또 한 발,
뒤로 물러났어요
그는
끝내
내 쪽을 보지 않았고,
나는
고개조차 돌리지 못한 채
조용히,
뒤로만 걸었어요
바람이 뺨을 스칠 때마다
마음이
조각조각 흩어졌어요
아마,
그 사람의 모든 따뜻함은
처음부터
내 몫이 아니었어요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