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결로 빚은 문장 3부 | 프롤로그
늦겨울의 햇살은 언제나 조금 일찍 사라졌다.
그래서 그들은, 해가 남아 있는 시간만큼은
꼭 함께였다.
그녀는 먼저 도착해 창가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커튼 틈으로 스며드는 볕이 테이블 위를
어루만지듯 내려앉았다.
그녀의 손끝엔 따뜻한 잔이,
무릎 위엔 그를 기다리는 마음이
고요히 놓여 있었다.
그는 말없이 다가와,
그녀 곁에 앉지 않고 천천히-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갑작스러운 행동이었지만,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잠깐 멈칫했을 뿐,
곧 손을 올려
그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었다.
기억을 더듬듯, 아주 조용히.
그가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숨을 고르듯, 천천히 눈을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잠깐이었지만, 아주 긴 시간이 그 안에 고였다.
두 눈동자가 서로의 깊이를 담듯,
말없이 머물렀다.
입술은 닿지 않았고, 이름도 부르지 않았다.
그저 숨이 너무 가까워서, 말이 필요 없었다.
햇살은 어느새 기울고
잔속의 커피도 식어갔지만
둘 사이의 온기만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그녀가 코끝을 스치듯 몸을 기댔을 때,
남자는 말없이 외투 자락을 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소리 없이, 그러나 단단하게.
그녀는 눈을 감고, 그 품에 조용히 숨었다.
그날, 그들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꼭 안았던 이유는 사랑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잃고 싶지 않아서였다.
겨울이 오기 전에,
그녀의 어깨를 위한 목도리를
가장 부드러운 실로 짜야겠다.
그녀의 체온을 기억하는,
내 두 손으로.
이 글의 처음이 궁금하다면(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