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마음을 입다 | EP.05
성장은 소리 없이,
빛의 길이로 온다.
나무가 자라는 속도를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
느리지만,
분명히 자라고 있었다.
ㅡ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하루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살고 있다’는 감각이 스쳤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도,
지나간 감정도,
그대로 두자.
나무가 잎을 틔우듯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히 다시 피어났다.
ㅡ
채도 낮은 세이지 그린.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안정의 초록.
긴 겨울을 건너 첫머리에 돋는
새싹의 색,
확신보다 가능성,
속도보다 생존에 가까운 기분.
ㅡ
익숙한 길을 걷다
보도블록 틈에서
초록 점 하나가
올라와 있는 걸 보았다.
하늘은 특별히 예쁘지 않았지만
나는 한 번 더 올려다보았고,
그 작은 발견이
오늘의 나를
하루 안에 머물게 했다.
ㅡ
다시 피어남은
크게 바뀌는 일이 아니다.
다시 한 번
감정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안다는 뜻.
오늘의 나는 서두르지도,
단념하지도 않았다.
그것이면 충분한,
나만의 성장이었다.
ㅡ
소리가 그치자, 빛이 조금 더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