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마음을 입다 | EP.04
그리움과 돌아감은 다르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조용히 만져 보았다.
“그때의 나는 참 조용했고,
그 사람도 참 따뜻했었다.”
그리운 건 맞았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그 시간 속에서 내가 품었던 마음을
천천히 꺼내 보는 날.
사랑이라기보다,
내 마음이 머물렀던 자리를
한 번 쓰다듬고 싶은 감정.
ㅡ
회색이 살짝 깃든 연보라.
빛을 받으면 조금 따뜻해지고,
어둠에선 더 서늘해지는 색.
기억과 감정의 중간 어딘가
완전히 잊지도,
남지도 않은 기분.
내 안에 조용히 머무는 장면,
하나의 온도.
메모장에 남아 있던 한 줄이
나를 멈춰 세웠다.
“괜찮을 거야.”
(2019.11.05 23:14)
그때 나는 저런 말을 했구나,
그 사람은 그런 표정을 지었지.
잊은 줄 알았던 디테일이
연보라빛처럼 천천히 되살아났다.
그래서 오늘은 그 감정 위에
연보라를 한 겹 입혔다.
덜 아프게 꺼내기 위해.
가끔은,
누구보다
내가 내 마음을 더 잘 아는 날이 있다
그 사람의 마음보다,
그때의 내 마음이 더 그리운 날.
지금의 나는
그 감정을 더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래서 조금,
다행이다.
ㅡ
흐릿한 연보라의 반사광과 닮은 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