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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은 거리를 만든다

단단한 마음의 품격 | EP.04

by 마리엘 로즈


존중은 다가감이 아니라,
한 발 물러섬에서 시작된다.



가까움의 착각


햇살은 가까이 비추되,
피부를 태우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둔다.


바람은 스쳐 지나가되,
숨을 빼앗지 않을 만큼의 간격을 지킨다.


사람 사이의 존중도 그렇다.


너무 가까워 다 타버리거나
너무 멀어 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남겨 두는 것.




무너지는 경계


나는 때로 다정함이 전부라고 믿었다.


말을 많이 건네고,

곁에 오래 머무는 것이
상대에게 힘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선을 넘은 순간부터
관계는 서서히 무너져 갔다.


너무 가까워지면 경계가 사라지고,
경계가 사라지면 존중도 사라진다.


다정은 남아 있어도
상대는 숨이 막힌다.



숨을 고르는 거리


진짜 존중은 의외로 거리를 만든다.

한 발 물러선 자리에
상대의 숨결이 머물 수 있고,
조용히 남겨둔 간격 속에서
관계는 숨을 고르며 오래 이어진다.

햇살이 그러하듯,
바람이 그러하듯.


존중은 가까워지려는 힘이 아니라,
지켜 주려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언제나
적절한 거리 위에서만 빛난다.



거리를 남겨두는 다리


존중은 멀리하기 위함이 아니다.
함께 있기 위해 간격을 남겨 두는 일이다.

햇살이 멀리서도 따뜻하듯,
바람이 스쳐도 시원하듯,
그 간격이 있어야 우리는 오래 머문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관계를 지켜 주는 건,
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거리를 읽어내는 지혜라는 것을.


존중은 멀리하기 위함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아
끝내 서로를 이어 주는 또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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